이번에 나올 부동산 대책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공급 부분이다. 그간 휘둘렀던 채찍(수요 억제책)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부동산 정책의 방향 전환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대책에서도 공급을 도외시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3기 신도시와 각종 정비사업 등을 통해 77만채를 공급하기로 했지만, 주택 수요가 몰리는 서울 도심을 겨냥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미흡했던 게 사실이다. 직주근접(職住近接)이나 교육과 의료, 문화 등 생활환경을 중시하는 수요자들에게 신도시에서 살라고 하는 것은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결국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그린벨트 해제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우선은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층고 제한과 용적률 규제 완화 등을 검토해보는 것이 순서다. 이를 통해 공급 물량 자체를 확대해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고, 청년층과 저소득 무주택자들을 위한 장기임대주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여권은 토지 소유자들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가고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들어 이런 방안들을 금기시해왔으나 이젠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사람들이 원하는 곳에 공급을 늘리는 것이 근본 해법이다. 강남의 재건축 규제 완화가 부담스럽다면 강북의 도심 재개발 활성화를 통한 물량 확대와 대대적인 생활 환경 정비를 검토할만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안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과잉 유동성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코로나 사태 극복을 위한 금융완화와 재정 확대 등으로 2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광의통화량(M2)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사상 처음으로 3천조원을 돌파했다. 주요 시중은행의 원화 대출은 올해 들어 69조원이 늘었고,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금만 2022년까지 30조원이 풀린다고 한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46조원으로 불어난 것에서 보듯 과잉유동성은 저금리 등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증시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이를 생산적 분야로 돌려야 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정부가 어떤 부동산 대책을 내놔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땅한 수익처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현금 자산가들을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과 연계한 국가 인프라 사업의 민자 비중을 높이는 등의 방안으로 이들 자금을 최대한 흡수해야 한다. 최근 문제가 된 사모펀드 등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 미래 첨단산업 등으로 자금이 흐르는 물길도 깊고 넓게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추가 부동산 대책이 집값 안정의 길을 여는 약발 있는 대책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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