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이유로 신체 더듬고 여자 숙소 무단 침입” 증언 이어져
대한체육회 본격 조사 시작되자 “선수는 내가 때렸다” 인정
체육회 징계 대상 아니라 성추행 고발 등 법적 조치만 가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故)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 가혹행위를 일삼아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무자격 ‘팀닥터’ 안모씨가 대한체육회의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7일 “6월 말 김규봉 감독을 조사 중인 체육회 조사관에게 안씨로부터 연락이 왔다. 안씨는 ‘선수는 내가 때렸다. 감독은 말렸다’고 진술했다. 이후 조사관이 e메일로 자필 진술서를 받아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안씨는 경찰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과 선수 2명이 일관되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부인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자필 진술서를 받고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부분에 이어지는 사건 은폐·축소 의혹에 체육회는 “알려진 것과 다르게 지난 4월8일 체육회에 접수된 고인의 진정서에 안씨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체육인이 아닌 안씨를 체육회가 조사할 권한도 현실적으로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지난 6일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도 안씨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가해자로 지목되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김규봉 감독과 간판급 선수 1명은 영구제명을, 또 다른 선수 1명은 10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렇지만 안씨에 대해서는 “공정위 징계 대상 범위에 있지 않아 규정상 징계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인이 남긴 녹취 파일에서는 안씨가 ‘팀닥터’라는 신분에도 선수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선수들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체육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과 미래통합당 이용 의원이 경쟁적으로 발굴하고 있는 추가 피해 사례에 따르면, 안씨는 술에 취해 선수들을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성추행 사례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여자 선수의 가슴 쪽을 때리기도 했고, 치료를 이유로 가슴과 허벅지를 더듬기도 했다.
한 선수는 “치료, 보강훈련을 이유로 만났는데 훈련 과정 중에 수영 동작을 알려주신다며 서 있는 상태에서 어깨에 손을 올리고 한쪽 손으로 본인 목을 감아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끌어안을 때처럼 끌어안으라고 하셔서 굉장히 불쾌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여자 선수를 자기 방에 불러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고 예뻐했는데…’라며 볼에 뽀뽀한 정황도 포착됐다. 여자 숙소에 무단으로 들어와 혼자 술을 마신 것도 진술에서 드러났다.
선수 대부분은 의사 행세를 하는 안씨를 믿고 치료를 받았다. 그렇지만 안씨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자격증도 없는 운동처방사였다. 그럼에도 해당 지역에서 오랜 기간 선수들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가 군인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팀의 팀닥터로 이름을 올린 것도 확인됐다.
안영주 협회 공정위원장은 “어떻게 팀내에서 그렇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경위는 확인했다. 오래전부터 부상당한 선수의 마사지, 진료를 돕다가 잘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특정 선수들의 소개 등으로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것 같다. 경주시체육회와는 숙소를 찾아 선수들을 관리하면서 접촉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안씨는 지난해 12월 이후 팀을 떠난 상태로 현재 지병 치료 중이라는 명분으로 행방이 묘연하다. 현재로서는 안씨를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법적 조치뿐이다. 협회는 안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체육회도 “안씨를 성추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했다. 체육회는 “법리적 검토를 통해 안씨에 대한 소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 유튜브 구독▶ 경향 페이스북 구독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