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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탈북 국군포로, 북 김정은 위원장 상대 손배소 승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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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초 탈북 2명 “북한서 강제 노역·비인간적 박해 겪어”

법원, 각 2100만원 지급 판결…변호인, 공탁금 강제집행 추진

[경향신문]



경향신문

“김정은을 이겼다” 6·25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한 뒤 탈북한 한모씨(가운데 모자 쓴 남성)와 탈북민 지원단체 물망초 관계자들이 7일 오후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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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때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강제노역을 한 뒤 탈북한 참전 군인들이 북한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국군포로 출신 한모·노모씨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김 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북한과 김 위원장이 함께 한·노씨에게 2100만원씩 지급하라고 했다.

한씨 등에 의하면 이들은 1951~1952년 국군에 입대한 뒤 전투에서 중공군에게 포로로 잡힌 뒤 북한군에 인계됐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됐지만 이들은 한국으로 송환되지 못했고 북한 내무성 건설대 부대에 편입돼 1953년부터 탄광에서 강제노역을 했다. 국군포로 출신이라는 신분으로 갖은 차별과 박해 속에 비인간적 생활을 하다가 2000~2001년 탈북해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게 한씨 등의 설명이다.

한씨 등은 이 같은 자신들의 삶이 ‘전쟁포로는 송환한다’는 정전협정 규정과 ‘전쟁포로에 대해서는 반인도주의적 조치를 금지한다’는 제네바 협약에 위반된다고 했다. 또 강제노역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나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는 한국 헌법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북한이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됐다. 한국 헌법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규정해 북한을 법적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한씨 등은 북한은 민법상 ‘비법인 사단’이라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상속인으로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북한에 소송서류가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재판은 공시송달로 진행됐다. 공시송달은 법원 게시판에 게시하면 소송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한씨 등을 지원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김정은에 대하여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인정하고 손해배상을 명한 국내 최초의 판결”이라며 “앞으로도 북한이 우리 법정에서 피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 판결”이라고 했다.

대리인 중 한 명인 구충서 변호사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이사장 임종석)이 조선중앙TV 영상 사용 등으로 북한에 지급할 저작권료 약 20억원을 법원에 공탁해두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근거로 이 공탁금에 대한 강제집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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