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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故최숙현 선수 사망사건

[단독] 엄마 불러 "딸 뺨을 때려라"…최숙현 감독의 엽기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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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 최숙현 선수. [최 선수 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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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3종경기(트라이애슬론) 국가 대표 출신 고 최숙현 선수에 대한 경주시청팀 김 모 감독의 폭언·폭행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김 감독이 최 선수의 어머니에게 직접 최 선수의 체벌을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7일 최 선수의 아버지는 본지와 통화에서 "2017년 4월쯤 김 감독이 우리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딸의 뺨을 때렸고, 아내에게 딸의 뺨을 직접 때리라고 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 선수의 동료 선수인 A씨도 "최 선수와 부모가 김 감독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봤고 뺨을 때리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김 감독, 아내에게 딸 빰 때리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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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가 생전 남긴 일기 [최 선수 가족 제공]



최 선수의 아버지에 따르면 20017년 4월쯤 최 선수는 숙소를 이틀 동안 무단으로 이탈했다가 복귀했다. 이 숙소는 경주시청팀 소속 여자 선수들이 사용하던 곳이다. 최 선수는 만 19세로 경북 체고를 졸업한 후 실업팀에 갓 입단한 상태였다. 최씨는 "당시 김 감독이 딸이 생활하던 경북 경산의 숙소로 우리 부부를 불렀다"고 말했다. 그는 “김 감독은 아내에게 '최 선수가 잘못했으니 내가 아닌 어머니가 직접 혼내야 한다. 지금 내가 보는 앞에서 딸의 뺨을 때리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아버지 최씨는 “결국 숙현이 엄마는 감독이 보는 앞에서 최대한 손동작을 크게 하는 척하며 딸의 뺨을 때릴 수밖에 없었다”며 “딸을 때려야만 했던 엄마도 울고 숙현이도 울었다”고 했다. 그는 또 "김 감독은 부모가 지켜보는 앞에서 딸에게 비속어를 사용하며 ‘네가 어떻게 감히 숙소를 나가냐’며 딸의 뺨을 때렸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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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운동부 감독 김규봉씨가 인사 청문회가 열리는 시 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 숨진 고 최숙현 선수의 전 소속팀 감독으로 최 선수 폭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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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최씨에 따르면 당시 그 자리엔 최 선수의 선배인 장 모 선수도 있었다고 한다. 장 선수 역시 최 선수에 대한 폭행 의혹을 사고 있다. 최씨는 “장 선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 아내가 주장인 장 선수의 손을 꼭 잡고 '나는 딸을 때렸지만, 너는 우리 딸을 잘 좀 다독여 달라'고 당부하고 숙소를 나왔다"고 했다.

아버지 최씨는 “그 때는 딸이 감독과 선배 선수에게 폭언·폭행을 당했는지 전혀 몰랐고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해야 딸이 운동선수로 성공할 줄 알았다"며 "딸을 잘 봐달라는 의미로 숙현이 엄마가 무릎도 꿇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A선수, “무릎 꿇은 모습 목격, 뺨 때리는 소리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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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의 동료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 선수 추가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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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수의 동료인 A씨도 이 상황을 목격했다. A씨는 “평소처럼 숙소에 들어갔는데 거실에 최 선수와 부모님이 감독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며 “너무 놀라 방으로 빨리 들어갔고 방에서 뺨을 강하게 때리는 소리와 감독이 욕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A씨는 “감독은 ‘네가 뭔데 부모님 무릎을 꿇게 만드냐’ 등의 말을 했다"고 회상했다. A씨는 “최 선수가 그 당시 너무 힘들어서 숙소를 이탈한 거로 알고 있다”며 “나 역시 감독과 선배 선수 괴롭힘이 심해 팀을 옮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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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선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다. 사진 최숙현 선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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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전 어머니에게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2017년과 2019년 몸담았던 경주시청 소속 김 감독과 팀닥터(운동처방사), 선배 선수 장·김모 선수를 폭행·모욕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상태였다. 최 선수가 남긴 일기장엔 “비오 는 날 먼지 나게 맞았다” 등 폭언·폭행을 당했다고 기록돼 있다.



김 감독, "폭언·폭행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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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규봉 감독(왼쪽)이 6일 오전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 회의에서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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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최 선수의 아버지 증언과 관련해 김 감독과 장 선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이에 앞서 김 감독은 지난 1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폭언·폭행을 한 적이 없다.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닌 팀닥터가 폭행한 적은 있고 나는 상황을 말렸을 뿐”이라며 “최 선수가 2018년 한 해 동안 운동을 쉬다 복귀했는데 우리 팀이 그렇게 힘들었으면 돌아왔겠냐”고도 했다. 또 김 감독과 장·김 모 선수는 지난 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에 출석해 “죽은 건 안타깝지만 사죄할 건 없다”고 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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