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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여의도뒷담]논란의 원구성 가합의안…합의 파기는 누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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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통합이 가합의안 파기" vs 통합 "논의 과정이었을 뿐"

강력한 부인 없어 가합의안 존재 가능성 높아

주전파 득세한 통합당 상황 고려한 민주당의 전략적 움직임 설도

이해찬 중심으로 똘똘 뭉친 민주 - 리더십 약한 통합 구조적 차이

향후 국회 내 여야 신경전 주목

CBS노컷뉴스 이준규 기자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밌는 정치권 이야기, 기사로 다 소개할 수 없었던 여의도 뒷이야기를 읽기 쉬운 톡방 대화체로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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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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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이 끝난 후 미래통합당을 출입하기 시작한 김 기자.

지난 28일 무더위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국회의장실 앞을 4시간이나 지켰지만 여야 원 구성 협상이 최종 무산되자 허탈감에 빠졌다.

김 기자는 논란이 된 '가합의(假合議)안'의 존재 여부가 궁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가합의까지 해놓고 이를 거부했다고 비난한 반면, 통합당은 가합의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기 때문이다.

누구 말이 맞는지 민주당과 통합당을 오랜 기간 출입한 민 기자와 한 기자에게 물어보게 됐다.

▷김 기자 : 가합의안은 있었던 걸까?

민 기자 : 있었다고 봐. 있지도 않은 합의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가 사실로 드러나지 않을 경우 얼마나 큰 역풍을 맞게 될지는 민주당이 누구보다 잘 알 거든.

한 기자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만일 가합의안이 없었다면 '민주당이 있지도 않은 합의안을 있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외쳤어야 했는데 통합당의 반응이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거든. 뭔가 살짝 '찔리는' 느낌?

▷김 기자 : 그럼 민주당은 왜 그렇게 통합당이 가합의안을 파기했다고 비난을 한 거지?

◀민 기자 : 민주당이 가합의안이 파기될 것 까지 고려해서 협상의 판을 짰다는 느낌이 들어.

▷김 기자 : 자기들도 가합의안에 동의해줬는데, 그 가합의안이 물건너 갈 것까지 예상을 했다고?

◀민 기자 : 그렇지. 가합의안을 만들면 그걸 의원총회로 들고 가서 의원들한테 동의를 받아야 하잖아. 그런데 그게 불가능할 것이라고 미리 예측을 한 것이지.

▶한 기자 : 아. 지금 통합당 내부에 '주전파'가 '주화파'보다 세력이 더 센 것을 아니까 의원총회에 가면 결국 가합의안 인준이 안 될 것이다?

◀민 기자 : 그렇지, 그렇지. 그걸 아니까 원하는 상임위원장 자리 7곳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 합의 후속조치 국정조사',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 까지 받아주겠다고 공수표를 날린 것이지.

▷김 기자 : 거기까지 내다봤다면 민주당도 참 대단하네.

◀민 기자 : 이미 그 전 금요일에 합의가 무산됐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데, 굳이 월요일 본회의 직전까지 협상에 나선 것도 명분을 충분히 쌓기 위한 것이라고 봐.

▷김 기자 : '우리는 통합당의 국회 복귀를 위해 끝까지 노력했다'. 뭐 이런 건가?

◀민 기자 : 그렇지. 민주당 입장에서는 합의가 금요일에 깨지나, 월요일에 깨지나 입장이 바뀔 것이 없거든. 어차피 상임위원장 다 가져가야 국회가 운영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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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왼쪽)가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차담회를 갖고 있다. 윤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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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자 : 그런데 합의안 파기 책임이 왜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아니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있다고 하지?

▶한 기자 : 그건 아마 통합당의 불안정한 리더십을 노린 것일거야.

▷김 기자 : 김종인 위원장이 불안정하다?

▶한 기자 : 아무래도 선출직 대표가 아니라 모셔온 대표잖아. 당연히 당내 기반이 약하지. 그러다보니 중진, 초선 등 번갈아가면서 만나고 협조를 구할 수밖에 없었지. 게다가 김 위원장은 민주당에서 온 인물이기도 해. 그런 김 위원장이기 때문에 주 원내대표가 받아온 가합의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겠지만, '받아라', '말아라' 이렇게 지시하기는 힘들 거라고 봐. 그런데 그런 김 위원장이 '비토했다'고 말을 하면 마치 김 위원장이 당을 쥐락펴락 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킴으로써 통합당을 더 세게 흔들 수 있지.

▷김 기자 : 그렇네. 그런데 주 원내대표도 통합당의 핵심 지역인 TK 출신에 장관에 5선까지 한 인물인데 구심력이 그렇게 낮은가? 예전에 원내수석부대표을 지내서 여야 협상 경험도 풍부하잖아.

▶한 기자 : 통합당 내에서 TK 5선과 수도권 5선은 아무래도 전투력 차이가 있지. 원내수석도 야당시절이 아니라 여당시절에 했었지. 그러다보니 주 원내대표는 사람은 좋은데 강력한 카리스마로 당을 이끄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평가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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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 중인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김태년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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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기자 : 김태년 원내대표와 주 원내대표의 기본적인 입지도 큰 차이가 있어. 민주당은 이해찬이라는 민주당 생활만 30년 넘게 한 살아있는 레전드가 총선을 압승한 후 오른팔, 왼팔 윤호중 사무총장, 김태년 원내대표를 통해서 당의 그립력을 완전히 가져간 상황이야. 거기에 친문 성향의 당원이나 지지층도 총선 압승을 토대로 민주당이 뭘 하든 힘을 실어주고 있지. 그러니 김 원내대표는 그런 이 대표한테 전권 위임을 받든, 아니면 이 대표가 시키는 대로만 하든 어느 쪽이든 협상력이 강력할 수밖에 없지.

▶한 기자 : 반면 통합당은 비선출 비대위원장에, 주 원내대표도 경선 과정에서 중진들에게 상임위원장 등 이런 자리, 저런 자리를 약속하고 당선됐을 거 아냐. 기본적으로 협상파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당내 기류가 주전파 세다보니 이렇게 가합의안이니 뭐니 하면서 흔들리게 된 것이지.

▷김 기자 : 두 당은 기본적으로 토양 상태부터가 다르구나.

◀민 기자 : 맞아. 만일 지금 통합당의 몇몇 중진들처럼 개인 입장문이나 페이스북 등 통해서 더 강하게 싸워야 된다거나, 더 실리적으로 협상해야 된다거나 등 주 원내대표 흔드는 소리를 민주당 의원이 했다면 아마 당원들이 먼저 나서서 '의원에서 끌어내리라'고 했을 거야. 금태섭, 김해영, 박용진 등 의원들과 관련해서 당이 지나치게 대응한다는 논란은 있지만 확실히 일사불란하지.

▶한 기자 : 통합당은 전략 부재도 문제야. 참여정부 시절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교수에 이어서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합작품으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음에도 경제 실정 여론을 키우지 못했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관계가 나빠졌을 때도 자기 페이스로 끌고 들어오지 못했고. 오히려 통합당의 그 간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끼어들지 말았어야 할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화 논란이나 부동산가격 폭등 같은 일에는 괜히 의견 냈다가 헛힘만 뺐지.

▷김 기자 : 그러게. 민주당과 통합당은 전략적으로도 좀 성패가 나뉘는 듯 보이네. 그래도 18개 상임위원장 다 가져가는 것은 민주당도 부담스럽지 않나? 처음 가보는 길이잖아.

◀민 기자 : 산에 길이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잖아. 사람이 다니다보면 길이 생기는 거지. 지금 민주당 지지층은, 특히 과거에 노무현 대통령을 잃은 감정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친문 지지층은 검찰개혁, 사법개혁, 국회개혁 등의 개혁 완수가 우선이지, 협치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걸.

▶한 기자 : 맞아. 통합당도 협상 국면에서는 좀 흔들리기는 했지만 원구성도 끝났고 코로나 3차 추가경정예산안도 통과됐으니 상임위원장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없어졌어. 이제는 국회로 돌아와서 상임위에서 전투력 발휘할 일만 남았지. 아마 지금보다는 조금 더 단일대오를 보여줘야 원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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