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가나의 적극적 이주유인 정책에 관심 두는 미 흑인사회 조명
가나에서 열린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 |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다섯 자녀와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흑인 킴벌리 리스(54)는 서아프리카 가나로의 이주를 계획 중이다.
가나가 인종차별에 지친 미국의 흑인들을 겨냥해 적극적인 이주 유인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리스도 가까운 친구에게 얘기를 듣고 이를 알게 됐다. 리스는 홍보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인터넷만 깔려 있으면 어디서 일을 해도 상관없는 상황이다.
리스는 워싱턴포스트(WP)에 "우리 중 일부는 지쳤다. 해를 입을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에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 우리의 자녀들을 멈춰 세울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곳에 있고 싶다. 가나에선 그렇지 않다. (가나에서는) 흑인이라서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경찰이 뚜렷한 근거 없이 흑인을 범죄 용의자로 의심하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지적한 것이다.
WP는 4일(현지시간) 인종차별과 공권력 남용에 지쳐 가나로의 이주를 고려하는 미국 내 흑인사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가나는 중심부 인근에 별도의 땅을 마련하고 가나로 이주하는 이들에게 세금 감면과 시민권 획득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책은 오래전부터 추진돼 왔지만 지난해 가나 방문자가 크게 늘면서 더 적극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작년 1∼9월 가나 방문자는 23만7천명 증가해 45% 늘었는데 대부분이 미국에서 온 방문자였다. 400년 전 아프리카를 떠난 첫 노예선이 미 버지니아주에 닿은 이후 최고 기록이라고 WP는 설명했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을 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가나의 정책 추진에는 더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바버라 오텡 기아시 가나 관광장관은 "우리는 두 팔을 벌려 형제자매들을 집으로 계속 초청할 것"이라며 "가나에서 삶을 일구라. 반겨주지 않는 곳에서 영원히 머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가나는 인구의 30%가 하루 생활비로 3달러(한화 약 3천600원) 정도를 쓰는 가난한 나라다. 미국의 흑인을 겨냥한 이주 유인 정책의 배경엔 수입과 능력을 가진 이들이 이주해오면 가나의 경제 사정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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