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 “폭행, 가혹행위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일탈만의 문제는 아닐 것”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지난달 26일 부산의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 선수의 유족은 고인의 사망 후 고인이 전 소속팀 경주시청에서 모욕 및 폭행을 당하는 내용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 최숙현 선수의 유골함. 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
전 소속팀의 감독과 선배, 팀닥터의 가혹 행위에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경주시청팀에서 고인에게 가해진 폭행과 폭언을 목격한 것은 물론이고 함께 시달린 피해자들로 알려졌다.
4일 최 선수의 유족과 지인에 따르면 이들 피해자는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인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실은 “5일 추가 피해자들과 만나 기자회견에 대한 의논을 최종적으로 할 예정”이라며 “선수들이 이번 사건을 알려야 한다는 의지가 아주 강하다”고 이날 전했다.
이어 “1명은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서 추가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상황을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실이 현재까지 파악한 추가 피해자는 8명이다. 앞서 고인이 남긴 녹취에서도 감독과 팀닥터가 다른 젊은 선수들을 세워놓고 차례대로 뺨을 때리는 정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 선수의 억울함을 알린 바 있다. 이어 3일에는 “면담을 통해 최 선수 외에도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고인이 지난 2월 전 소속팀 감독과 선배, 팀닥터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할 때 다른 피해자도 함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했고, 결국 최 선수 홀로 소송을 진행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최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그동안의 가혹행위와 폭행, 폭언 등이 알려지면서 추가 피해자들도 용기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인이 남긴 녹취에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가 최숙현 선수 등 젊은 선수들을 세워놓고 차례대로 뺨을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고인의 지인들도 “감독과 팀닥터의 폭행도 무서웠지만, 이 사건을 발설하면 선수 생명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두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철인3종협회도 오는 6일 오후 4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에 대한 심의를 벌여 그 결과에 따라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앞서 경주시체육회는 지난 2일 인사위를 열고 김규봉 감독에게 직무정지를 내렸다. 청문 결과 김 감독이 폭행을 시인하지 않아 선수단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만 물어 우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함께 최 선수를 상습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수 2명은 이를 완강히 부인해 당장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한편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고인에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서울시의 울타리 안에는 유사한 일이 없는지 살펴보겠다”며 ”어떤 폭력과 인권의 침해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너무 미안하다”며 “화가 난다”고도 했다.
아울러 “참담하다”며 ”바꾸자고 했고 많이 바뀐 줄 알았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보면서 여전히 집단폭력에 노출된 채 운동을 하고 있는 젊은 선수가 얼마나 더 있을지 걱정이 된다”며 “폭행과 가혹행위를 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일탈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나아가 “인권은 여전히 뒷전이고 승리와 성공만을 최고라고 환호하는 우리의 인식과 관행이 아직도 강고하게 남아 있다”며 “21세기에도 전근대적 집단주의 문화는 관성처럼 남아있고 합리적 개인의 삶은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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