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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119 구급차 막아선 택시 기사…탑승한 폐암 환자는 결국 숨져, 경찰은 수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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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러 빨리 가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 / 유족 측 “택시 기사 탓에 스트레스 받은 것이 사망 원인이였을 것”

세계일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김모씨가 지난 1일 유튜브에 올린 사고 당시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에 찍힌 운전 기사. 유튜브 캡처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선 택시 기사 탓에 폐암환자가 숨졌다고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가운데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다.

지난 1일 유튜브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 기사’라는 제목의 영상과 유족 측의 말을 종합하면 이번 논란은 지난달 8일 오후 3시15분쯤 서울 강동구 소재 지하철 5호선 고덕역 인근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당시 사설 구급차에는 폐암 4기인 80세 여성 환자가 타고 있었다. 환자는 호흡이 어려워 응급실로 향하는 중이었고, 구급차가 차선을 바꾸는 도중 한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접촉사고이기에 구급차 운전사는 ‘나중에 처리하자’며 급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지만 택시 기사는 “죽으면 내가 책임질 테니까 119를 불러주겠다”며 가로막았다고 한다.

기사는 이어 “내가 사설 응급차 안 해본 줄 알아, 아저씨?”라며 구급차 운전자를 다그치더니 “아니 환자가 있는 것은 둘째치고, 119 불러서 보내라고”라고 버티며 보내주지 않았다.

응급차 기사는 “가벼운 접촉사고이고 응급환자가 위독한 상황이어서 병원에 빨리 모셔다 드리고 얘기를하자”라고 제안했으나 “사고처리 하고 가야지 왜 그냥 가려고 그래”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울러 “내가 구청에다 신고해가지고 진짜 응급환자인지, 아닌지 내가 판단 내려가지고…”라며 “차안에 응급환자 있어? 없어? 지금? 어?”라며 다시 상대를 다그쳤다.

“응급 구조사 있어? 없어?”라고 물고 늘어지던 택시기사는 “아니 응급실 가는 건데 급한 것 아니잖아”라며 버텼다.

그러면서 “지금 요양병원 가는 거지?”라며 “너 여기에 응급환자도 없는데, 일부로 사이렌 키고 빨리 가려고 하는 것 아니야?”라고 묻고는 응급차 뒷문을 열고 환자 사진을 찍었다.

약 10분간 말다툼은 이어졌고, 결국 119에 신고해 다른 구급차로 환자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그날 오후 9시쯤 응급실에서 숨을 거뒀다는 게 유족 측 전언이다.

이 사건은 환자의 자식인 김모(46)씨가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더욱 널리 알려졌다.

김 씨는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제목의 이 글에서 “어머니가 지난 3년간 치료받는 동안 이렇게 갑자기 건강히 악화한 적은 없었다”며 “사고 당일도 처음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서 119가 아닌 사설 구급차를 부른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택시 기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문제였을 것”이라며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를 막아서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택시 기사의 행동이 단지 ‘업무방해’라는 죄목에 해당한다고 한다”며 “사람을 숨지게 해놓고 솜방망이 처벌만 받고 풀려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며 “당시 나는 어머니 입원 물품을 챙겨서 나중에 출발한 상태였고 제가 없는 순간에 이런 일이 발생을 했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구급차에 탔던 환자의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와 관계가 있는지 조사 중이다.

한 관계자는 “사건 관계자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세계일보

3일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갈무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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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씨의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10시 현재 18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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