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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현 정부 비리 의혹 관련"…檢떠도는 추미애 지휘권 발동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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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지난 1월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이 경기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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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일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전문수사자문단 심의 절차를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대한 대검찰청의 지휘·감독에서도 손을 떼라고 했다. 이날은 추 장관이 취임한 지 정확히 6개월 되는 날이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서면 지휘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천정배 장관 이후 15년만으로, 사상 두 번째다.



수사지휘권 발동 문제없나



추 장관은 이날 수사지휘권 발동의 근거로 검찰청법 제8조의 규정을 들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내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장관이 수사자문단 심의 절차가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대검찰청이 3일 강행한다고 한 점이 결정적이었다"며 "검찰청법 8조를 보면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 장관이 지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논란의 소지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먼저 윤 총장에게 이 사건을 수사 지휘하지 말라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가 정당한 것이냐는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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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 [중앙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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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2005년 10월 12일 '한국 전쟁은 북한의 통일 전쟁' 등의 발언을 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휘권을 행사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구속수사 의견을 법무부에 보고했지만, 천 전 장관이 이를 거부한 것이다. 이때 천 전 장관은 '수사'의 일부인 피의자 신병처리에 관해 검찰을 지휘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추 장관은 사건 피의자에 대한 구속 여부를 지휘한 게 아니라 윤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이라는 정책적 판단에 대해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천 전 장관의 경우는 명백히 수사 사안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했다"며 "이번에는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도 '수사'로 볼 수 있느냐는 법리적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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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을 심의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하루 앞둔 2일 절차를 중단하라며 '검찰청법 제8조'에 따른 지휘권을 발동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이동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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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법에 명시된 검찰총장의 지휘·감독권을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서' 법무부 장관이 배척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김한규 변호사는 "검찰청법 7조와 12조 2항에서 검찰총장의 일선 검찰청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윤 총장이 중앙지검의 수사를 방해했거나 징계를 받아야 할 사유를 언급하지 않고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를 막는 것은 불행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이 지휘권을 발동한 지 2시간 만에 현직 부장검사들이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이번 사건은 '검언유착'이라는 시각과 오히려 '권언유착'이라는 시각으로 나뉜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익과 정의의 대변자이신 법무부 장관님이 지휘를 하신다면 한쪽의 입장에 치우치는 지휘가 아닌 양쪽 모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지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올렸다.

김수현 부산지검 형사1부장도 "언론의 의혹 제기만으로 사안의 성격을 단정한 뒤 이를 기초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있다"며 "이는 그 전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썼다.



왜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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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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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강요 미수죄 단독 혐의로 구속된 사례도 없는데, 추 장관은 왜 이렇게까지 할까.

추 장관은 서면 지휘서를 통해 지휘권 발동의 이유로 "수사가 계속 중인 상황에서 자문단 심의를 통해 성급히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은 진상 규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현직 검사장이 수사대상이므로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대검 부장회의, 검찰수사심의위원회와 결론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이면의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총장을 지냈던 한 인사는 "검찰총장이 지휘권 발동을 따르지 않을 경우 그만두는 상황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총장을 쫓아내기 위한 방편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추 장관의 정치적 행보라는 시각도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현 정부의 비리 의혹과 관련이 있어 괘씸죄에 걸린 것"이라며 "장관의 정치적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가 부실하다는 점이 드러날 가능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는 주장도 있다. 강원랜드 수사자문단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당시 자문단에서는 수사 기록을 모두 보고 법조계 전문가들이 심층적 판단을 할 수 있었다"며 "수사팀이 자신이 있으면 자문단 소집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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