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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조민 허위인턴 의혹' 한인섭 "반년째 피의자로 방치" 檢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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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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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재판. 이날 오후 증인으로 출석한 한인섭(62) 형사정책연구원장은 준비한 A4용지 2장 분량의 입장문을 꺼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며 검찰을 난타했다 .

한 원장은 "검찰은 저를 참고인으로 불렀다가 피의자로 전환했다"며 "(이런 피의자 증인은) 검사의 별건 수사와 기소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소 염려가 있어 증언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한 원장은 '우회''편법''모호''강요''눈치''위축'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약 10분간 작심한듯 검찰을 때렸다. 한 원장의 입장문 일부를 축약했다.

■ 한인섭 원장 증언거부 입장문 中

검사는 수사가 일단락된 지 반년 이상이 지나도록 불기소처분을 하지 않고, 저의 피의자상태를 유지시키고 있습니다…검사로서는 저의 피의자 지위를 방치한 채, 오히려 그런 상태를 이용하여 법정에서 제 증언이나 기타 자료를 모아 증거를 보강하겠다는 생각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증거수집방법이 진술거부권을 우회하려는 편법적인 게 아닐까 우려하는 바입니다.

일반적으로 피의자 증인은 통상의 증인보다 훨씬 취약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참고인을 손쉽게 피의자로 전환하듯이, 손쉽게 피고인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검사의 심기를 거스르면 거듭 검사실로 출석요구, 별건수사, 기소 위협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 심리적 위축 상태에서 증언한다고 하면 양심에 따른 임의성 있는 증언이 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사정이 그러함에도 본 법정에서 제가 증언을 강요당한다면, 저 같은 피의자증인에게는 법정이 검찰 조사실의 연장처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일부 내용 축약



한인섭에 과태료 부과했던 재판장



이날 한 원장과 재판장인 임정엽(50) 부장판사 사이엔 미묘한 신경전이 오가기도 했다. 증인석에 앉은 한 원장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입장문을 읽으려 하자 재판장은 "잠깐만요, 재판장이 허가해야 할 수 있다"며 절차를 따졌다. 재판 전 한 원장의 변호인이 증인신문 중 '변호인 동석'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관련 법률 조항이 없어 허가할 수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5월 한 원장이 기관 일정으로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을 당시 임 부장판사는 "오랜기간 형사법과 인권을 가르친 증인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했다"며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었다. 한 원장 측은 "기관 일정으로 출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라 반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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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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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진술 거부하는데 어쩌란 말이냐"



이날 한 원장의 비판에 검찰은 "증인이 사실관계를 잘 모르시고 하는 말씀"이라 말했다. 지난해 한 원장을 직접 조사했던 공판 검사는 "(서울대 인턴십 의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 원장님 사이에 일어난 일인데 두 분이 모두 진술을 거부했다"며 "그런데 저희가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란 말이냐"고 억울한듯 반박했다. 공판 검사의 입장 일부를 축약했다.

■ 한인섭 조사했던 공판검사의 발언 中

사건을 방치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 관계를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그것에 대해선 제가 (한 원장님)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는데 설명 드리겠습니다. (서울대 인턴십 의혹은) 조국 전 장관과 한 원장님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두 분 진술 안 듣고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한 원장도, 조국 그분도 진술을 거부하셨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리고 오늘 질문할 (*2009년 조민 관련 부분은) 한 원장님이 피의자로 전환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공소제기될 염려가 있는 부분이 아니라 말씀드딥니다.

*한인섭 원장은 2013년 조 전 장관 아들 조모씨(24)에게 발급된 허위 인턴증명서 의혹으로만 피의자 신분임. 조민 관련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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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정경심 동양대 교수 측이 지난해 조씨의 활동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했다. 정 교수 측은 빨간 원에 있는 여학생이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조민이라 주장했다. 검찰은 사실이 아니란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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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원장은 정 교수 측이 원한 증인이었다. 정 교수의 딸 조민(29)씨의 서울대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의혹에 대해 정 교수의 변호인은 한 원장의 입장을 듣고 싶어했다. 한 원장은 정 교수의 남편 조국 전 장관과 매우 가까운 사이라 정 교수에겐 유리한 증인으로 여겨졌다.



한인섭, 재판 시작 40분만에 귀가



하지만 이날 한 원장의 확고한 증언거부권 행사 입장에 정 교수 측은 증인 요청을 취소했다. 재판장이 변호인의 변경된 입장을 받아들였고, 증인신문 시작 40여분만에 한 원장은 법정에서 퇴정했다. 검찰은 "(한 원장 증인신문으로) 서울대 인턴 쟁점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고 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한 원장은 2009년 정 교수의 딸 조민(29)씨, 2013년 정 교수 아들 조모(24)씨에게 서울대 허위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다. 9월은 참고인, 11월은 피의자 신분이었다. 한 원장은 1차 조사에선 진술을 했지만 2차 조사에선 진술을 거부했다. 검찰은 마지막 조사 후 8개월째 한 원장에 대한 최종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한 원장의 변호인인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피의자에 대한 기소 가능성을 남겨두고 법정에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검찰이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악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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