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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춘재가 '살인의추억' 봤냐?" 고개숙인 경찰에 쏟아진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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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수원(경기)=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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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과거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2020.7.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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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모씨와 그의 가족,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이자리를 빌어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역대 최악의 장기미제사건으로 알려진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이 34년만에 마무리됐다. 경찰은 당시 허술한 수사 방식과 허위 진술서 작성 강요등 위법 사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2일 오전 10시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대강당 5층, 수사결과 발표 브리핑을 진행한 배용주 청장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34년의 장기미제 사건을 해결했다는 어떠한 뿌듯함보다 경찰의 잘못을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듯 했다.


수사당국의 이례적인 위법 인정…세 차례의 사과, 두 번의 고개숙임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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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조태형 기자 =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과거 당시 경찰의 수사와 유가족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2020.7.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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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를 수사 대상자로 선정해 수사하였음에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조기에 이춘재를 검거하지 못해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된건 경찰의 큰 과오였고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린다"

배청장은 브리핑 동안 총 세 차례에 걸쳐 사죄했다. 90도로 고개를 숙인 건 두 번이었다. 수사당국의 이례적인 위법 인정과 사과에 취재진들도 쉴새없이 치던 노트북을 잠시 내려놓고 청장의 사과를 지켜봤다.

경찰은 윤씨가 진범으로 몰려 옥살이를 했던 8차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과 검사 등 8명을 직권남용과 감금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은 윤씨를 임의동행한 뒤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전까지 3일간 법적 근거 없이 경찰서에 대기시키며 부당하게 조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폭행·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자백, 허위 진술서 작성 강요, 조서 작성에 참여하지 않은 참고인을 참여한 것처럼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한 사실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경찰은 당시 실종된 피해자의 유류품을 발견했는데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고 유골 일부를 숨기는 등 사체은닉 및 증거인멸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1989년 경기도 화성에서 초등학생이 살해된 이 사건은 원래 실종사건으로 마무리됐지만 재수사 과정에서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


뜨거운 취재열기…"이춘재, 살인의 추억 봤냐"는 질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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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뉴스1) 조태형 기자 = 화성연쇄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춘재(56)가 자백한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에 대한 시신찾기 수색작업이 시작된 1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병점동의 한 공원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지표투과레이더 장비 등을 이용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2019.1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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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열기도 뜨거웠다. 경기남부청은 취재차량으로 한쪽 도로를 아예 통제할 정도였고, 5층의 대강당은 방송용 카메라와 기자들로 가득찼다.

이후 진행됐던 반기수 경기남부청 수사본부장과 질의응답에서는 취재진의 질문 세례가 쏟아졌다. 추가 질의를 원하는 거의 모든 기자들이 손을 들자 반 본부장은 놀란 기색으로 "질의를 못한 기자들부터 순차적으로 하겠다"며 교통정리를 할 정도였다.

이춘재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취재진들은 디테일한 질문까지 쏟아냈다. 심지어 이춘재가 2003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봤냐는 질문이 나올 정도였다.

반 본부장은 이런 질문을 예상치 못했다는 듯 "살인의 추억을 이춘재가 교도소 안에서 봤거나 그런 사실은 없다"고 당황한 표정을 보이며 답했다.

경찰은 이르면 내일 중으로 사건을 종결짓고 수사본부를 해체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참여했던 수사팀은 일부 남아 추가 신고나 제보가 들어오는 대로 진상규명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원(경기)=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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