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흑인 남성 안토니오 스미스(46)는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손목이 부러졌다. 직후 경찰은 엉뚱한 시민을 체포했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풀어줬다. 사진은 발도스타 경찰서가 공개한 보디캠 영상 일부. AP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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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경찰이 엉뚱한 흑인 남성을 체포해 손목을 부러뜨린 사건이 일어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州) 발도스타에서 흑인 남성 안토니오 스미스(46)는 경찰에게 신분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근 가게에서 한 남자가 손님들에 돈을 구걸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일대를 순찰하던 흑인 경찰관 도미닉 헨리가 유사한 인상착의의 스미스를 발견하고 신분 확인을 요구한 것이다.
스미스는 신분증을 내밀며 협조했다. 그는 ”플로리다에 있는 동생에게 돈을 송금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동생한테 직접 전화해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때 스미스에게 빌리 윌러 경사 등 백인 경찰 4명이 다가왔다. 이들은 스미스의 오른손목을 꺾어 땅에 눕혔고, 그가 수배 영장에 따라 체포된다고 밝혔다. 스미스는 영문도 모른 채 ”당신네가 내 손목을 부러뜨렸다“고 울부짖었고, 헨리 경관도 이들을 향해 ”사람을 잘못 잡은 것 같다“고 거들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비슷한 시각 발도스타 경찰서에는 인근 가게에서 한 남성이 손님들의 돈을 갈취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탐문을 진행하던 도중 용의자가 수배 중인 범죄자라는 것을 알게 됐고,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윌러 경사 등이 스미스를 범인으로 착각해 체포한 것이었다.
보디캡 영상 일부. 사진 유튜브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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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실수를 깨닫고 스미스를 풀어준 뒤 911을 불렀다. 스미스는 구급요원이 도착하기 전 부러진 손목을 부여잡고 절뚝거리며 집으로 돌아갔다.
약 4달이 지났고, 스미스는 변호사를 고용해 지난달 19일 현장 경찰관 4명과 발도스타 경찰서장 등을 상대로 70만달러(약 8억4000만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경찰이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해 그의 시민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발도스타 시 당국은 ”해당 경찰관들에 대한 감찰이 진행 중이었다“면서도 ”윌러 경사가 스미스에게 두 손을 등 뒤로 모으라고 요청했으나 스미스는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스미스 측 변호인은 보디캠 영상을 공개해 이를 반박했다. 영상에 따르면 윌러 경사는 우선 말없이 스미스의 뒤로 다가와 손목을 꺾은 뒤에야 “두 손을 뒤로 모으라”고 외쳤다. 영상 공개 후 시 당국은 관련 답변을 거절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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