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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코로나 보릿고개' 사업주도 근로자도 "최저임금 인상보단 고용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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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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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주유소/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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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신문 기사를 보면서 시름에 빠졌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물류가 급감하면서 상반기 매출은 30% 급감했다. 4월에는 수천만원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도 받아 부담이 큰 상태다. A씨는 초기구축 비용 약 1억원이 부담되더라도 셀프주유소를 도입할까 고민 중이다. 이럴 경우 현재 고용 중인 아르바이트 4명 중 2명은 내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수도권에서 학원을 운영 중인 B씨는 지난해 말 학원을 크게 확장했지만 사무를 도와줄 인력은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다. 5월부터 회복세를 보여 추가 고용을 검토했지만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 가능성이 발목을 잡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사무직 아르바이트 인건비뿐 아니라 프리랜서로 계약된 선생님들의 수당까지 맞춰 인상해야 한다. B씨는 아르바이트 추가채용 대신 본인이 여유시간을 줄여 업무를 더 진행하기로 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진행되면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업주로서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러운 것은 매년 동일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소상공인 경영상황이 악화돼서다.

30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사업주들의 80.8%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 6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가장 큰 이유는 경영상황 악화다. 해당 조사에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현재 경영상황이 악화됐다는 응답은 76.7%를 기록했다. 악화 수준도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서 비교적 심각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 300개, 전통시장 220개를 대상으로 매주 진행하는 '소상공인 매출액 조사'에서도 3월 2일부터 월부터 5월18일까지 12주 연속 '-50% 이상 감소'를 기록했다.


"키오스크 구축비와 차이 없어"…구직자 63%도 "고용 유지하고 최저임금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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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업 준비생이나 아르바이트 구직자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동결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키오스크 등 무인기기 가격이 저렴해진데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구축비용에 큰 차이가 없어져서다.

실제로 중기중앙회가 18일부터 23일까지 중소기업 근로자 4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63.0%가 '노사정이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최저임금을 동결하기로 합의하는 데 대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당장 임금인상보다는 고용유지가 더 절박하다는 판단이다.

김문식 중기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로 경영상황이 최악을 기록한 상태에서 인건비가 늘어난다면 신규채용을 포기하거나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며 "업계는 최저임금 삭감까지도 내심 바라고 있지만 불가능하다면 최소 동결 수준으로는 결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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