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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검찰 자백해도 말 바꾸면 '다시 시작'…판사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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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안채원 기자] [thel][기획]'조서없는 판사생활' 가능할까(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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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검찰 피신조서 '휴지조각'으로…'조서재판 끝'은 좋지만 법원은 준비됐나


◆1년에 피고인 475명, 증인 301명…검찰이 30분만 신문해도 '재판 마비' 우려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이르면 8월부터 곧바로 시행된다.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이 검찰에서 했던 진술을 법정에서 뒤집을 경우 이 조서는 법정 증거로 쓸 수 없다. 그러면 검찰은 법정에서 피고인을 법정에서 다시 신문해야 한다. 형사재판이 전체적으로 장기화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형사재판이 지금보다 얼마나 늦어질지, 판사들이 감당 가능한 수준일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현재 판사들이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에 시간을 쓰는지 알 수 있는 기초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니투데이 더엘(theL)이 '사법연감'에 나온 2018년 형사사건 처리 통계와 일선 판사들의 실무경험을 토대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전·후 변화를 가늠해봤다.

기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 판사로 삼았다. 전국 법원 중에서 사건 집중도가 가장 높은 부서다. 이곳 판사들은 피신조서에 의지해 매년 수백건의 재판을 처리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이 체감하는 변화도 그만큼 클 것이고, 이곳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수천명에게 그 여파가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통계자료에 여러 가정을 더해 계산한 결과 검찰이 법정에서 피고인 1명을 30분씩 신문한다고 쳐도 1년 52주를 피고인·증인신문만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재판계획, 서증조사, 검찰 구형의견 진술과 변호인 최후변론, 피고인 최후진술 등 통상 절차에 드는 시간을 모두 제외한 숫자다.

실제 법정에서 검찰 신문시간은 30분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말했듯 개정 형사소송법 체제에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번복할 경우 검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을 다시 신문해야 한다. 조사실에서 한 말을 법정에서 뒤집은 피고인과 검사의 입씨름이 30분 안에 끝난다는 것은 낙관적인 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변호인 신문 시간도 생각해야 한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변호인 신문 시간은 검찰이 쓰는 시간의 두 배, 세 배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하나를 질문하면 변호인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두셋을 질문해야 하기 때문에 변호인 신문이 더 긴 것이 보통이다. 종합하면, 별다른 대책 없이 개정 형사소송법을 시행할 경우 형사단독부 재판 실무는 사실상 거의 마비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판사들은 인력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판사 인력은 국회에서 판사정원법을 개정해야 늘릴 수 있다. 판결문 작성, 기록 검토 등 법정 외 업무에도 상당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재판 시간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개정 형사소송법을 오는 8월부터 바로 시행해도 문제 없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제시했다. 입법 과정에서 4년 간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게 했으나 시행 가능한 시점이 다가오자 필요 없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일선 재판부에 도움이 될 만한 실질적인 대안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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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증인 신문에 1년 52주 다 간다' 근거는?

형사재판은 피고인이 출석하는 경우와 출석하지 않는 경우로 나뉜다. 피고인이 출석하는 경우는 피고인이 자백하는 경우와 자백하지 않는 경우로 다시 나눌 수 있다. 이 중에서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는 재판과 출석한 피고인이 자백하는 재판은 개정 형사소송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는 재판은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을 할 수 없고 자백하는 재판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자백하면 증거능력 요건을 크게 완화하는 간이공판, 첫 공판에서 판결까지 선고하는 즉일선고 등 별도 제도를 통해 간단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문제는 피고인이 법정에 나와 혐의를 부인하는 사건이다.

2018년 기준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는 1만3893명, 합의부에서 1762명의 피고인을 처리했다. 단독부에서 즉일선고 절차를 밟은 피고인은 802명, 법정에 출석하지 않아 궐석재판을 받은 피고인은 1123명이었다. 간이공판 절차에 부쳐진 피고인은 단독·합의부 구분 없이 집계돼 91명으로 조사됐다.

올해도 같은 추세였다고 가정하자. 올해 서울중앙지법에는 영장계와 신청사건부를 제외하고 25개 형사단독부가 1심 재판을 하고 있다. 그러면 재판부 1개당 자백하지 않은 피고인을 475명 처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체 피고인 1만3893명에서 즉일선고, 궐석재판, 간이공판을 받은 피고인을 제외한 숫자다. 간이공판 피고인은 단독부와 합의부가 맡는 전체 피고인 비율을 고려해 단독부가 80명, 합의부가 11명이라고 가정했다.

즉일선고나 간이공판을 받지 않은 피고인 중에서도 자백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100% 정확한 숫자라고는 할 수 없다. 또 자백한 피고인이라고 하더라도 허위자백이 의심되거나 가정환경, 경제사정 등 양형에 반영할 만한 요소를 묻기 위해 피고인 신문을 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가능성이 뒤섞여있지만 통계적 접근을 위해 일단은 이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법정에서 피고인 신문에 시간을 얼마나 배정하는지를 집계한 자료는 아직 없다. 판사들은 "천차만별이라 숫자를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검찰 신문에 평균 10분 정도라고 답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검찰보다 변호인이 오래 신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자백하지 않은 피고인 숫자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감안해 변호인도 같은 시간을 쓴다고 가정했다.

이렇게 계산하면 형사단독부는 1년 동안 약 158시간, 주로 환산하면 약 13주를 피고인 신문에 할애한다는 결과를 얻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는 일주일에 6시간씩 두 번 재판을 열기 때문에 1주 12시간으로 계산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다면 검찰이 피고인신문을 늘릴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금 계산에서 검찰이 신문 시간을 20분으로 늘린다면 약 26주, 30분으로 늘리면 약 39.5주를 피고인 신문에 투입해야 한다.

증인신문에 드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결코 넉넉한 숫자가 아니다. 2018년 기준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부에서 소환한 증인은 7546명이었다. 올해도 같다고 생각하면 재판부 1개당 301명의 증인을 신문하게 된다. 단독부 판사들은 증인 1인당 신문 시간을 검찰·변호인을 합쳐 평균 30분 정도로 잡았다. 이렇게 계산하면 1년에 약 12.5주가 증인신문에 소요된다.

결국 검찰이 피고인 신문 시간을 평균 30분으로 늘린다면 변호인도 그만큼 신문 시간을 쓰게 되고,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재판부는 피고인·증인신문에만 52주, 즉 1년 전체를 소비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종훈 기자, 안채원 기자



판사들은 '안 된다' 행정처는 '된다' 왜 말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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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단독부 "지금도 힘든데…다 다시하라고?"

"감당 안 되죠. 지금도 단독재판부 판사들 사건 많아서 힘든데 재판에서 다시 다 하자고 하면, 어휴…"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대폭 축소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을 오는 8월부터 곧장 시행하면 어떻겠냐는 물음에 형사단독부 판사들은 "안 된다"고 입을 모아 대답했다. 형사단독부 판사들은 1인당 수십, 수백명의 피고인들을 처리하고 있다. 이런 기계적인 일 처리가 가능한 것은 진정 성립(조서에 적힌대로 진술한 적이 있음을 법정에서 인정하는 것)만 있으면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이런 식의 사건 처리는 불가능해진다.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은 대폭 축소된다. 피고인이 "검찰에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은…"이라는 식으로 말을 뒤집는다면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법정에서 피고인 진술을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형사단독부 판사들은 검찰 견제라는 개정 형사소송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대책없이 시행된다면 일선 재판부에서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그 여파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2018년 기준 불구속 피고인이 형사단독부 재판을 받는 데 137.7일이 걸렸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이 숫자가 어디까지 늘어날지 가늠하기 어렵다.

재경지법 형사단독에서 근무하는 A판사는 "솔직히 지금 단독 사건들, 간단한 것들은 피신조서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없어진다면 모든 공판에 공판검사와 수사검사가 같이 나와 처음부터 다 조사하는 그림이 될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재판에서 피고인 진술을 다시 다 받자고 하면 인력을 늘리지 않는 한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독부 B판사는 "그렇지 않아도 단독부 판사들은 처리해야 할 사건 수가 많아 인력난을 토로하고 있다"며 "개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력을 늘려야만 '공판 중심주의'라는 원래 취지와 맞게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단독부 C판사는 "검찰은 물론 변호인이 피고인을 신문하는 시간까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인 측 신문 시간은 검찰이 쓰는 시간의 두 배, 세 배로 늘어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재판이 장기화될 것은 일단 분명하다"고 했다. "아직 시행도 안 됐는데 벌써 판단하기는 어렵다"던 수도권 단독부 D판사도 "지금 상태에서 그대로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된다면 버거울 것 같기는 하다"고 토로했다.

◆합의부 "우린 괜찮은데?" 법원 내부도 의견 갈려…행정처 제대로 들었나

반면 형사합의부 부장판사들의 생각은 달랐다. 어차피 지금도 검찰 피신조서를 크게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돼도 형사재판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들은 전망했다.

재경지법 형사합의부 E부장판사는 "지금도 중요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검찰 피신조서 내용을 재판에서 부인하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하나하나 다시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재판부가 판단해야 할 대상이 더 늘어나 어려워지긴 하겠지만, 그 상황 자체를 크게 우려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합의부 F부장판사도 "어떤 판사라도 법정에서 피고인이 진술한 내용과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 중 더 믿음이 가는 것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내가 직접 본 법정 진술을 택할 것"이라며 "법 개정으로 시간이 이전보다 좀 더 걸릴 순 있겠지만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고 했다.

단독부와 합의부 사이 생각이 다른 것은 업무 특성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독부 판사들의 업무는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형사사건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합의부 업무는 사실관계가 복잡하거나 법률적 쟁점이 두드러지는 사건, 사회가 주목하는 사건 등을 맡아 깊이있게 심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단독부 판사들이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은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 때문이다. 이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대폭 축소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에 단독부 판사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법원행정처는 개정 형사소송법을 오는 8월부터 바로 시행해도 문제 없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제출했다. 형사재판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돼 최대 4년의 준비기간을 가진 뒤 법을 시행하자고 입법 단계에서 정했으나, 행정처가 준비기간은 필요없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준비기간은 필요없다는 행정처의 의견이 옳은지 틀린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단독부 판사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았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어떤 근거로 준비기간은 필요없다는 결론을 묻자 행정처는 일선 형사부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의견 수렴 결과가 어땠는지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채원 기자, 김종훈 기자


검찰 피신조서, 이제는 버려야 하지만…대책 없이 밀어붙여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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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검찰 피신조서 특권, 태생은 일제의 '사법실험'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에 일종의 '특권'을 부여한다. 제312조 제1항에 따르면 진술자 본인이 '검찰에서 조서에 적힌대로 진술한 적이 있다'고 법정에서 확인하는 진정 성립만 하면 증거능력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검사가 진술만 얻어내면 조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진정 성립을 받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국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는 웬만하면 그 자체로 증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특권의 탄생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준영 부산대 교수의 저서 '법원과 검찰의 탄생'에 따르면 그 시작은 일제가 제정한 조선형사령 제12조였다. 이 조문에 따르면 식민지 검사는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고 급속의 처분을 요한다고 판단되면 압수수색·검증·구인은 물론 피의자를 신문할 수 있었다. 일본 본국 검찰과 달리 식민지 검찰은 '급속의 처분을 요한다'는 요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재량껏 조서를 생산해냈다.

이렇게 작성된 피신조서는 법령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부여됐고, 식민지 법정은 조서를 갖고 조서재판을 했다. 조선형사령 체제 하에서 식민지 검찰은 피신조서를 기반으로 막강한 수사권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이는 식민지를 통치하기 위한 일제의 사법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일제의 경찰통치와 결합해 참혹한 인권유린을 낳았다.

광복 후 일제가 강제이식한 형사사법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검찰 피신조서 부분은 그대로 남았다. 당시의 반공주의가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교수는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좌익사범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신문조서'가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갖춘 틀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 만들어졌다. 식민 형사사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여전했지만 6·25 전후 혼란 속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강제수사뿐 아니라 임의수사에서도 피신조서를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는 식민 검찰보다도 더 큰 권한을 검찰에 부여한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 피신조서의 권한을 약화시켜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당시 실질적으로 수사권력을 행사하던 것은 경찰이었고, 경찰 수사단계에서 고문 등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었다. 이를 끊어내고자 검찰에 통제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검찰권 비대화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만들기만 하면 '무소불위' 이제는 약화시켜야"…"검찰 업무기반 붕괴 우려"

검사 출신 임수빈 변호사는 2017년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 논문에서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어떤 폐단을 불렀는지 지적했다.

"검사가 피의자를 상대로 무조건 공소유지에 유리한 내용으로 피신조서를 작성하기만 하면 그 조서는 실로 무소불위의 힘을 지니게 돼 어떤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유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 때문에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검사가 원하는 내용으로 피신조서를 작성하려고 애쓰게 됐다. 그 결과 검사는 인권을 옹호하고 공익을 대표해야 하는 검사 본연의 임무는 망각한 채 그 소중한 책무를 포기하게 됐다."

이 논문에서 임 변호사는 "'조서'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왜곡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에 형사소송에 있어 조서의 증거능력은 가능한 한 어렵게 부여되는 것이 옳다"며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서재판을 끝내고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려면 조서의 증거능력은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의가 모여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 형사소송법은 범죄수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물증이 부족해 조서에 담긴 피의자의 진술이 중요한 사건이 적지 않은데,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대폭 축소된다면 이런 사건은 기소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이완규 변호사는 "피의자의 자백을 조서에 담아두고 증거로 삼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야 기소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피의자가 자백해도 재판에서 증거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검사로서는) 이 자백을 믿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 업무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 변호사는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하면 증거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피고인이 (법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검사가 기소를 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종훈 기자, 안채원 기자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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