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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기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수준으로 나빠지고 있는 것은 그동안 서비스업을 위주로 타격을 줬던 코로나19 영향이 4월부터 본격적으로 제조업 전반에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수출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재고가 늘어나면서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설비투자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30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5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1.2% 감소하며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특히 광공업 생산은 광업과 제조업, 전기·가스업이 모두 줄어 전월보다 6.7% 감소해 전체 산업생산을 끌어내렸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11년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던 지난 4월과 같은 수준이다.
광공업 생산 중에서도 반도체(10.8%) 생산은 늘었지만 자동차(-21.4%), 기계장비(-12.9%) 등의 생산이 크게 부진했다. 해외 판매 수요가 큰 폭 위축되고 완성차·자동차 부품 생산도 차질을 빚으면서 자동차 관련 금형,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등의 생산도 동반 감소한 게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 3월 93.6을 기록했던 자동차생산지수(2015년 100 기준)는 5월 63.4까지 내려갔는데 이는 2009년 5월(6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2월 중국 부품 수급 문제로 자동차 생산이 크게 감소했다가 3월에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로 반등했다"며 "하지만 4월 이후 해외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장들도 가동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5월 평균 가동률은 전월에 비해 4.6%포인트 하락한 63.6%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62.8%) 이후 11년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제조업 가동률은 사업체의 생산능력에 비해 실제 얼마나 생산이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데, 수치가 떨어질수록 가동되지 않고 방치된 공장 설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14.9%포인트), 기타운송장비(1.3%포인트) 등에서 전달보다 가동률이 상승했지만 우리나라의 전통 주력 산업인 자동차(-21.8%포인트)와 기계장비(-12.6%포인트) 부문에서 크게 하락했다.
당장의 생산뿐 아니라 향후 생산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설비투자도 부진하다. 운송장비(-16.1%)와 정밀기기 등 기계류(-1.7%) 투자가 부진하며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5.9% 감소해 1월(-6.8%)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미 이뤄진 공사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도 토목(-8.5%), 건축(-2.4%) 공사 실적이 모두 줄면서 전월 대비 4.3% 뒷걸음질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해외 수요 절벽에 직면한 기업들이 제품 생산과 설비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재고는 계속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전월 대비 8.6%포인트 증가한 128.6%를 기록해 IMF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8월(133.2%) 이후 21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박남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고 증가와 가동률 하락은 기업의 고정비 부담을 늘려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며 "특히 경기침체가 길어져 설비투자마저 위축되면 향후 경기 반등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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