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대책 등 '충격 요법' 일상화하면 시장 내성도 커져…기대한 정책 효과 내기 어려워진 상황 / 잇따른 정부 대책, 결국 서울 비(非)강남지역과 수도권·지방 아파트값 '연쇄 급등' 결과 초래 / 지금까지 나온 부동산대책 실효성 냉정하게 되돌아보고 평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최근 김포와 파주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의 집값 급등세와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6일 추가 대책을 예고한 데 이어 박선호 국토부 1차관도 28일 방송에 출연해 다음 달이라도 이들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지역은 지난 17일 대책 발표 때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조정대상지역 지정에서 빠졌지만, 급등세가 지속하면 즉각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집값 급등 지역에 융단폭격식 대책을 쏟아내고 있으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효과'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만일 정부가 김포나 파주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을 겨냥한 추가 대책을 내놓는다면 이 정부 들어 22번째 부동산대책이 된다.
경제가 극도로 침체한 상황에서 집값 과열을 방치하다간 전체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양극화를 가속할 수 있기에 정부가 개입해 투기 요인을 차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충격 요법이 일상화하면 시장의 내성도 커져 기대한 정책 효과를 내기 어렵다. 부동산 불안의 진앙인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서민의 내 집 마련 희망을 지켜주겠다는 선의에서 출발했으나 서울의 비강남지역과 수도권, 지방의 아파트값이 연쇄 급등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정부가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이쯤 되면 지금까지 나온 부동산대책의 실효성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평가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이 최근 풍선효과로 집값이 오르고 있는 경기도 김포와 파주 등지에 대해 "집값이 계속 불안하면 다음달이라도 요건이 충족되는 대로 규제지역으로 묶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28일 KBS 1TV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6·17 대책 내용에 대해 설명하다 이들 지역의 집값이 불안하다는 사회자의 언급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김포와 파주에 대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장 분위기를 탐문 중"이라며 "규제지역 지정은 재산권에 영향 주는 것이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주택법상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택법상 조정대상지역 지정 요건은 3개월간 집값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는 경우 등이다.
박 차관은 "6·17 대책을 준비할 때는 김포와 파주가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며 "이후 시장 상황이 조건에 부합하면 즉각적으로 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이르면 내달 가능하냐고 질문하자 박 차관은 "7월에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이는 이들 지역의 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고 답했다.
◆국토부 "현재 김포·파주 데이터 수집, 시장 분위기 탐문중"
한국감정원 주간 집값 상승률 자료에 따르면 6월 넷째주 기준으로 김포는 1.88% 오르며 전국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전주에는 상승률이 0.02%에 불과했던 김포는 6·17 대책 이후 집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파주도 전주 0.01%에서 이번주 0.27%로 상승폭을 크게 키웠다. 충남 천안시는 0.13%에서 0.42%로, 경기 평택시는 0.25%에서 0.56%로 각각 2배 이상 올랐다.
박 차관은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한 데 대해선 "전세대출의 목적은 서민의 전세 보증금 마련을 돕는 것"이라며 "전세대출 규제는 이를 가지고 보증금 끼어 있는 집을 구매하는 갭투자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갭투자가 확산하면 주택 가격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결국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조합원들에 대해 2년간 실거주 의무를 부여한 데 대해 박 차관은 "재건축도 본래 자기가 사는 집의 주거환경이 나빠졌을 때 개선하도록 하는 제도"라며 "한번도 거주하지 않은 분이 투자목적으로만 집을 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아직 조합이 결성되지 않은 초기 재건축부터 적용하는 것이기에 길게는 10년 정도 기간 내에 2년만 거주하면 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같은 규제가 헌법상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헌법을 자세히 보면 정부는 국민의 쾌적한 주거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공공복리를 위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며 "헌법재판소도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사건에서 충분히 이를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강남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은 데 대해서도 "이 역시 공공복리와 주택시장 안정 등 좀더 큰 공익적 목적하에 재산권을 제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 "순전히 집값 안정 위한 대책 1년에 한번씩만 냈다" 21번째 대책 부인
박 차관은 현 정부 들어 21번째 대책을 내놨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라며 "순전히 집값 안정을 위한 대책은 1년에 한번씩만 냈다"고 했다.
그는 향후 집값 전망에 대해선 "수요와 공급 2가지 측면에서 모두 안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수요 측면에선 6·17 대책을 통해 법인과 갭투자 수요를 차단했고 8·2 대책 등 앞선 대책들을 통해 세제와 금융, 청약 등 규제를 강화했기에 규제가 완성 단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향후 3년간 서울에 공급되는 아파트는 4만6천 가구로 직전 3년보다 35% 늘어나게 되며, 수도권에선 1년에 23만 가구가 새로 준공되는 등 공급은 더욱 원활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사회자가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집값을 그 상태로 머무르게 하는 것인지, 현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인지 묻자 "집값이 단기간에 많이 오른 곳은 상당폭 집값이 내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3년 전보다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뛴 곳에 대해선 원상회복돼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 "3년 전보다 집값 지나치게 많이 뛴 곳 원상회복돼야"
한편 6·17 부동산대책이 무색할 정도로 서울 아파트값은 소폭 둔화하는 데 그쳤고, 규제로 묶인 인천과 경기는 오히려 더 올랐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6·17 대책 이후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는 확대했다. 한국감정원 통계는 0.18%에서 0.28%로, 부동산114 통계는 0.1%에서 0.13%로 확대했다. 공공기관과 민간 통계 모두 상승폭이 가팔라진 것.
부동산114는 "대책 발표 이후 규제지역의 매수자 관망이 감지되나, 기존 매물이 소진하면서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감정원 역시 "대책의 효력 발생일 이전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6·17 대책에서 김포, 파주 등 접경지역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기와 인천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했다. △인천 연수·남동·서구 △성남 수정 △수원 △안양 △안산 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 수지·기흥 △화성(동탄2) 등을 신규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하지만 당장 정부의 규제 지정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감정원 기준 인천 아파트값 상승률은 1주 전보다 0.08%포인트(p) 확대한 0.34%를 기록했다. 비규제에서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연수구의 상승폭은 1주 전(0.28%)의 배에 가까운 0.53%로 나타났다.
경기 역시 마찬가지. 경기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0.39%를 기록해 전주보다 0.17%p나 확대했다. 안산 등 신규 규제지역은 물론 그동안 잠잠했던 과천(0.04%→0.15%) 등도 덩달아 오름세가 커졌다.
◆"대책 발표 이후 기존 매물 소진하면서 가격 올랐다"
수도권에서 비규제지역으로 남은 김포 아파트값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에 달했다. 김포는 1주간 1.88% 급등하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2년 5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수치로 나타난 대책의 성과라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0.07%→0.06%)가 0.01%p 둔화했다는 것이다.
부동산업계는 6·17 대책으로 수도권 전체가 펄펄 끓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분명 추가 규제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최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6·17 대책도 모든 정책 수단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6·17 대책 이후 매수 문의는 급감했지만, 김포 등 비규제지역으로 유동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절세용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된 후 매도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가격 강세가 지속하면 규제지역 확대와 세(稅) 부담 강화 등 추가 규제도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다만 주택시장의 규제 내성이 커지고 있고 유동성이 집값을 끌어올리는 장세여서 대책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부동산 규제 내성 커졌고 유동성 집값 끌어올려…대책 영향력 제한적일 듯"
한편 최근 2년간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시중은행에서 받은 대출액이 가장 많은 세대는 30대였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2년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자료에 따르면 2018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30대의 대출액은 102조7000억원으로 전체(288조1000억원)의 35.7%를 차지해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이어 △40대 86조3000억원 △50대 49조4000억원 △20대 25조1000억원 △60세 이상 24조5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30대의 최근 1년 신규 대출액(2019년 6월~2020년 5월)도 58조8000억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30대는 잔액 기준으로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올 5월말 기준 30대의 주담대 잔액은 116조8600억원으로 2018년 6월말(96조5200억원)에 비해 20조34000억원 늘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 증가분인 50조3000억원의 40%를 30대가 차지한 것이다.
잔액이 가장 많은 40대는 같은 기간 116조4300억원에서 127조4500억원으로 11조2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어 20대(10조5600억원), 50대(4조2200억원), 60세 이상(4조1100억원) 순이었다.
전세자금 대출 역시 30대의 비중이 가장 컸다. 최근 2년간 시중은행 신규 전세자금대출 현황에 따르면 30대가 30조6000억원으로 전체(71조2000억원)의 43%를 차지했다. 이어 40대 16조1000억원, 20대 15조2000억원, 50대 6조9000억원, 60세 이상 2조2000억원 순이었다.
◆정의당 "20차례 넘는 정부 부동산 정책이 남긴 건 집값안정 아닌 청년부채 급증"
잔액기준으론 20대의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2018년 6월말 4조8800억원에 불과했지만 올 5월말 14조9400억원으로 3배(10조600억원)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30대는 21조1000억원에서 34조5800억원으로 13조4700억원 늘었다.
장혜영 의원은 "계속된 집값 폭등으로 인해 청년세대에 자산 격차 확대 등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전셋값까지 동반 상승하면서 주거불안이 20·30대를 빚더미에 오르게 했다”며 “20차례가 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남긴 건 집값안정이 아니라 청년부채의 급증”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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