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67대 법무부 장관입니다” 추미애, ‘검찰개혁 선봉에 서겠다’ 재다짐

윤석열 총장·검찰 향한 거친 발언 뭇매에 29일 페북 글로 입장 표명 / 秋 장관 “문민화 이후 ‘검찰부 외청 법무청’ 역전, 법무부 脫검찰화 현재 진행 중” / 코로나19 대구 지역 확산 사태 당시 신천지 압수수색 지시했지만 검찰이 이를 묵살했다 주장 / “문민 장관의 지휘는 새삼스럽고 처음이라는 듯, 건건이 지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 / “때론 좌절감 들지만 꺾이지 않겠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檢개혁 위해 이 자리에 와 있어” / “저의 희생은 무섭지 않다, 그 선봉에 서겠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연합뉴스

“저는 헌정 사상 유례없는 검찰개혁을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관행은 이미 뿌리 깊게 얽혀있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발언 관련 연일 쏟아지는 비판과 보도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추 장관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67대 법무부 장관입니다”로 시작하는 긴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추 장관은 “그 앞의 66명의 전임자가 다 같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은 국가 수사의 총량을 설계하고 검찰사무의 지휘 감독을 통해 책임지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적절한 지휘 감독 권한이 주어져 있는 것”이라며 ‘검찰청법 8조’가 이를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추미애 페이스북 갈무리.

추 장관은 “문민화 이후 조직과 힘을 가진 검찰이 우위에 서면서 법적으로는 ‘법무부 외청 검찰청’이지만 현실에서는 ‘검찰부 외청 법무청’으로 역전됐다”라며 “검찰개혁은 검찰권에 대한 문민통제 즉 민주적 통제에서 출발한다. 민주적 통제를 할 수 있는 법무부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필요한 것이고, 현재 진행 중”이라고 알렸다.

그는 이어 “저는 일상적 지휘를 지양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지휘함으로써 검찰의 중립을 존중하고 있다”라며 “그런데도 제 지휘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코로나19가 대구 지역에 퍼졌을 때 방역의 긴급성과 감염경로 파악을 강조하고, 적극적인 압수수색을 위한 일반 지시를 했다. 그러나 검찰은 그런 저의 지시도 듣지 않고 그 긴박한 순간에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2번이나 기각했다. 결국 적기에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여 CCTV를 통한 자료 복구가 어려워졌다. 검사 출신 장관과 문민 장관의 지휘 차이는 그 내용이라 할 것”이라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추 장관은 “검사 (출신) 장관은 대검과 방향이 같은 경우가 많다. 문민 장관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강제수사와 별건 수사, 인권침해를 시정하는 내용이 많다. 보통 대검이 거북해하는 내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솔직한 말로 검사 장관의 지휘에 말없이 수그려 온 세월은 30년이 아니라 60년”이라며 “그런데도 문민 장관의 지휘는 새삼스럽고 처음이라는 듯, 건건이 지휘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했다.

추 장관은 “때로는 좌절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꺾이지 않겠다”라며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폭주기관차와 같다. 그 폭주는 반드시 국민의 피해로 귀결된다. 문민정부가 민주적 통제,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이유가 이것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헌정 사상 유례없는 검찰개혁을 위해 이 자리(법무부 장관)에 왔다. 관행은 이미 뿌리 깊게 얽혀있다”라며 “법률적으로 완벽하고, 논리적이며 합리적이고, 모두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추 장관은 “그동안 저를 공격함으로 검찰개혁의 동력을 상실시키려는 노력도 있을 것이다. 이전에도 말했듯 저의 희생은 무섭지 않다”라며 “저의 역할은 검찰개혁을 대한민국 역사의 되돌릴 수 없는 강 너머로 지고 가는 거다. 다시는 검찰과 법이 약자가 아닌 권력을 보호했던 과거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 선봉에 서겠다”라며 글을 마쳤다.

해당 글에는 3만8000여개(29일 밤 11시00분 기준)의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 추 장관을 응원하는 글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한편,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내) 지시 절반을 잘라먹었다”, “장관의 말을 겸허히 들으면 좋게 지나갈 일을, (윤 총장이) 새삼 지휘랍시고 해서 일을 더 꼬이게 만들었다”라는 등 거친 발언을 쏟아낸 것을 두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판해 화제가 됐다.

조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근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총장에 대한 일련의 언행은 제가 삼십년 가까이 법조 부근에 머무르면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광경으로서 당혹스럽기까지 하여 말문을 잃을 정도”라며 추 장관의 언행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조 의원은 “꼭 거친 언사를 해야 상대방을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단호하고도 정중한 표현을 통해 상대를 설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추 장관께서 연일 총장을 거칠게 비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추 장관의 언행을 두고 여권에서 나온 첫 비판이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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