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등 비규제지역은 풍선효과 본격화
토지거래허가구역 잠실동조차 집값 더 올라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아파트단지.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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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열흘 남짓 만에 정부 규제를 비웃듯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서 역대 최고가 아파트가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지정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지정 직전보다 2억~3억원 웃돈이 붙은 거래가 성사됐다.
이런 움직임에 정부는 이르면 7월초 경기 김포ㆍ파주 등 비규제 지역 일부를 추가로 규제지역으로 묶겠다는 방침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다주택자에 최고 4%까지 과세하는 보유세 강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6ㆍ17 대책으로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최고 거래가격이 경신됐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16층)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전날인 지난 22일 23억원에 매매돼 직전 최고가(22억원)를 넘어섰다. 대책 발표 직전 18억~20억2,000만원에 거래됐던 걸 감안하면 불과 며칠 새 3억원 가량 웃돈이 붙은 셈이다.
인근 잠실 트리지움 전용 84㎡도 지난 22일 기존 시세보다 2억원 가량 오른 역대 최고가(21억원)에 팔렸다.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도 6ㆍ17 대책 이후 오름세를 이어갔다. 24일 노원구 상계동 미도 전용면적 87㎡가 6억5,000만원에 거래 신고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계동 경남아너스빌 84㎡는 올해 한 번도 매매가 없다가 대책 발표 이후인 20일 신고가(6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김포 등 6ㆍ17 대책을 피한 경기 지역 비규제지역 집값은 급등 양상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에 따르면, 6ㆍ17 대책 발표 후 김포 아파트값(22일 기준)은 전주 대비 1.88% 올라 전국 1위를 기록했다. 통계 작성 이래 김포의 주간 집값 상승률이 1%를 넘었던 것은 2013년 10월 7일(1.21%) 한 번뿐이다. 김포 아파트값은 올 들어 이달 15일까지 0.35% 올랐는데, 한 주 새 이의 5배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파주 아파트값도 대책 발표 후 일주일 만에 0.27% 오르며 올 들어 0.26% 내렸던 집값을 한 주 만에 만회했다. 천안시는 0.13%에서 0.42%로, 평택시는 0.25%에서 0.56%로 각각 2배 이상 상승했다.
지역별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변동률. 그래픽=김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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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6ㆍ17 규제를 피한 지역으로 '풍선 효과'가 번지자 정부는 추가 규제 방침을 공식화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방송에 출연해 “김포와 파주 등 최근 집값이 빠르게 상승하는 곳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장 분위기를 탐문 중”이라며 “이르면 내달 집값 과열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는 서울 등 규제지역의 집값까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자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카드도 다시 꺼낼 태세다. 정부는 지난해 12ㆍ16 대책을 통해 종부세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20대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당시 개정안은 종부세율을 구간별로 0.1~0.3%포인트 올려 최고 3%로,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서는 0.2~0.8%포인트 인상해 최고 4%로 올리는 내용을 담았다.
박 차관은 “(보유세가 약해) 여러 채를 손쉽게 보유할 수 있는 것은 문제”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주택 과세평균은 0.38%인데 우리나라는 0.16%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추가 대책에도 당분간 집값 상승세가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실수요도 꾸준해서다. 투자자는 비규제지역으로, 집값 상승에 불안을 느낀 실수요자는 규제지역으로 몰리면서 상승세가 계속된다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저금리가 장기화될 상황에서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까지 풀리면 부동산에 돈이 고이게 된다”며 “이번 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지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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