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소송에서는 2011년 김병호 전 하나금융 부회장(당시 부행장)이 엘리스 쇼트 당시 론스타 부회장과 나눈 대화 내용도 다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국제중재 업계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과 쇼트 전 부회장은 하와이 호놀룰루와 영국 런던에서 만났는데, 이들이 만나 나눈 대화가 판결문에 등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나눈 대화 중 일부는 한국 정부와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도 영향을 미치는 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면 양자 간 대화에서 쇼트 전 부회장은 "(외환은행 지분 가격 협상이) 론스타와 감독당국 간 협상이지, 하나금융과 협상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고, 김 전 부회장도 이를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쇼트 전 부회장은 정치적 부담에 따른 가격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는 김 전 부회장에게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과 의논한 것 같다"고 말했고, 김 전 부회장도 이를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2011년 3월 김 전 부회장은 호놀룰루에서 쇼트 전 부회장에게 외환은행과 관련한 금융위 정책 방향을 설명했고, 이 방향이 현실화한 점을 들어 론스타는 금융위와 하나금융 간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ICC 중재소송에서 주장했다. 당시 금융위는 론스타에 대해 외환은행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검토하고 있었고, 검토 결과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시키고 즉시 지분을 팔 것을 명령한 바 있다. 론스타는 정부와 벌이는 ISD에서 이 같은 내용을 증거로 제시하려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김 전 부회장 언급에도 금융위가 직접적으로 가격 인하에 관여했다는 론스타 측 주장을 명시적으로 뒷받침하는 부분은 부족하다고 국내 중재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매일경제가 취재한 ICC 판결 내용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개인적인 생각'을 전제로 하나금융이 론스타에 제안한 외환은행 지분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면, 금융위가 지분 인수 결정을 쉽게 내리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ICC 재판에서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뿐만 아니라 정치권과 외환은행 노조,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하는데, 가격을 덜 깎으면 시민단체나 정치권에서 더 강하게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금융위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김 전 회장은 "현관문을 걸어 나가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항상 시위대로 꽉 차 있다 보니 뒷문으로 외출해야 했다"고 말하며 당시 상황을 묘사하기도 했다. 당시 론스타가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나는 '먹튀'에 대한 반감이 고조됐던 만큼 외환은행 지분 가격 역시 민감한 사항이었다는 것이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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