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군사행동 보류" 이후 확성기 철거·대남 비난 기사도 사라져
김영철 "남측 태도·행동여하에 따라 북남관계 전망 점쳐볼 시점"
북한 확성기 |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김경윤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계획을 전격 보류하면서 강경하던 대남 공세 분위기에도 확연한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24일 저녁 담화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면서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여하에 따라 북남관계 전망에 대하여 점쳐볼수 있는 이 시점"이라고 밝힌 점이 주목된다.
남측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최악을 향해 치닫던 남북관계에서 반전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력도발도 불사할 것 같던 북한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누그러지기는 했지만, 냉각기류가 걷히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군사행동 보류' 지시가 떨어지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사흘 전 전방지역에 설치했던 대남 확성기를 이날 전부 철거했고, 관영 및 대외선전 매체들에 연일 수차례 등장했던 대남 비난 기사도 이날은 전무했다.
승인만 기다린다던 1천200만장의 삐라(대남 전단) 살포계획도 중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대남 군사행동계획 보류와 함께 "추진중에 있던 일련의 대남행동들도 중지시키는 조치가 취해졌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김정은 위원장이 보류하라고 했으니 (당 중앙군사위 본회의까지) 대남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도 보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의 대남전단 |
북한이 이처럼 긴장 수위를 낮추면서 앞으로의 대남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일단은 북한이 당장의 도발은 자제한 채 남측의 대북전단 규제를 비롯한 대북정책 동향을 주시하는 한편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를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부적으로 사회 전반에 남측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고 결속력을 다진 데다 미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판단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이 많다.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고 선언하고 판문점 선언의 결실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까지 일방적으로 폭파한 상황 등을 고려하면 아무리 군사행동을 보류했다고 해서 남측에 손을 내밀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남 강경기조는 유지한 채 군사행동만 보류하는 일종의 '숨 고르기' 모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향후 상황에 따라 여차하면 군사행동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보류를 '사실상 취소'로 보기에는 무리인 측면이 있다"며 "2017년에도 북한은 긴장 고조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누그러뜨리는 발언을 했다가 다시 무력행동에 나선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아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과 북한의 괌 포위사격 응수로 북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발언해 한발 물러선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발언 후 보름 만에 북한은 IRBM(중장거리탄도미사일)인 화성-12형을 발사한 것처럼 언제든 또다시 긴장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가 오는 8월께 진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연합훈련의 규모와 성격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북한의 행동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지목된다.
일각에선 당분간 냉각기를 가진 뒤 하반기에는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없지 않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국이 전단 살포 단체를 고발·수사하고 법 완비 등 '끝맺음'을 하고 고위급 대화를 하자고 출구를 제시하면 북한도 마지못해 받는 시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남북대화가 재개되면서 (남북관계가) 일정 수준 복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transil@yna.co.kr
heev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