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가 24일 서울 광화문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서 이 목사 기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무지갯빛 종이 가루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권경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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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편견과 차별로 고통 당하고 있는 성소수자에게 복을 베풀어 달라고 기도한 목사를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 참된 사랑을 향하는 성서 말씀에 따르는 것일까요?”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광화문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주장하며 기감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의 발단은 기감 경기연회의 최근 결정이다. 경기연회는 지난해 8월 인천 부평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이동환 영광제일교회 목사가 꽃잎을 뿌려가며 성소수자를 축복해줬다는 점을 문제 삼아 이 목사를 재판에 넘겼다.
경기연회 측이 내세우는 건 교단법이다. 감리교의 헌법이랄 수 있는 ‘교리와 장정’은 마약, 도박과 함께 ‘동성애 찬성ㆍ동조’를 범과(犯過ㆍ잘못을 저지름)로 규정해뒀다. 경기연회 측은 이 목사의 행위가 출교(추방) 조치까지 가능한 이 범과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대책위는 교단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는 “목사로서의 생사여탈이 걸린 중대한 범과가 2015년에 신설됐는데, 그 과정에서 목회적ㆍ신학적 논의나 합리적 토론은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회 내 법적 논란과 별도로 대책위가 더 심각하게 보는 점은 ‘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 문제다.
대책위는 경기연회 측에게 이 목사에 대한 기소를 기각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성소수자 목회에 대한 연구 모임을 만들고 불합리한 장정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하나님과 교단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과 배제를 묵과하지 말고 다양한 소수자를 환대하는 교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고언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가 24일 서울 광화문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서 '이동환 목사 기소 결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이 목사. 연합뉴스 |
이날 집회에서는 ‘이동환 목사 기소 반대’ 목소리가 줄이었다. 조은소리 감리교신학대 총여학생회장은 “이 목사와 연대하고 성소수자 차별을 교내에서 없애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변영권 예사랑교회 목사는 “목회자의 양심에 따른 행동이 교단법에 의해 정죄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축된다”면서도 “성소수자들을 축복하고 환대하고 기꺼이 징계를 당하겠다”고 했다. 전날 기감 본부 선교국 정의평화위원회도 “성소수자 환대ㆍ축복은 정죄 대상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성명을 냈다.
교단 밖도 마찬가지다. ‘한국퀴어신학아카데미’는 “마약, 도박 같은 ‘현행법 위반 행위’와 동성애 찬성이라는 ‘양심과 신념의 문제’를 하나의 법조항에 포함시킨 건 합당하지 않다"며 “이 조항은 시대 흐름에 역행해 감리회는 물론 한국 개신교의 명예까지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24일 서울 광화문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 앞에서 열린 '이동환 목사 기소결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집회에 직접 참석한 이 목사도 결의를 다졌다. 그는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차별에 앞장서는 교회의 모습은 기독교 본질인 사랑에서 너무 멀다”며 “이 비가 그치고 우리의 다양함이 무지개 빛깔로 퍼져나가는 날까지 폭우 속에 있는 이들과 함께 비를 맞겠다”고 했다.
대책위는 이날 회견에서 이 목사처럼 무지갯빛 종이 가루를 뿌리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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