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 계획 보류'를 지시했다. 여동생인 김여정이 한국을 향해 독설을 이어간 것과 대조적이다. 사진은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남북정상회담에서 자리에 앉고 있는 김정은과 그 옆의 김여정.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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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윤도한 국민소통수석과 강민석 대변인은 24일 춘추관을 찾지 않았다. 춘추관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상주하는 곳으로, 청와대가 주요한 대국민 또는 대외 메시지를 낼 때면 대부분 이곳을 이용한다.
이날 오전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를 공개하고, 실제 대남 확성기 10여 개를 철거했다. 북한의 유화 제스처로 해석할 여지가 있지만, 청와대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윤도한 수석이나 강민석 대변인이 춘추관을 오지 않은 것도, 이와 관련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 ‘없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현 국면이 청와대가 다시 나설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따져보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의 독설로 발화한 남북 긴장 국면이 2주가량 이어졌지만, 청와대가 직접 반응한 건 한 번뿐이다. 김여정이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고 한 17일 윤도한 수석이 “북측의 이런 사리 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선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친 정도다. 원칙은 지키되 청와대의 직접 대응은 가능한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군사행동 보류 지시와 일부 ‘액션’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없었지만, 청와대 내부 기류는 ‘나쁠 것 없다’는 분위기였고 한다. 그 간 남북이 날카로운 말들을 주고받은 것과 별개로 대화와 협력이 우선이라는 청와대의 입장은 변함이 없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청와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할 수 있는 추가 도발 대신 잠시나마 숨 고르기를 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각각 굿캅, 배드캅 역할을 나눈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는데, 청와대는 이런 사실이 확인된 측면도 있다고 본다.
앞서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김여정이 대남 비방전 전면에 나선 것과 관련해 “실질적 악역은 밑에서 담당하게 하고 나중에 남북 또는 미ㆍ북 관계 개선 등 변화가 올 때 김정은이 나서 자신의 위상을 더 확고히 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청와대에는 최근 북한의 도발, 그 중에서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는 한국 못잖게 미국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 다 걸기 하다시피하면서 북한 이슈가 뒷전으로 밀린 가운데 북한 스스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도발이라는 것이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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