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 앉아있는 한 여성/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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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로나19'발 실업대란이 여성들에게 더 가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여성 노동자의 종사 비율이 높은 직종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5~54세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2월 77%에서 5월 74.3%으로 떨어졌다. 같은 시기 같은 연령대 남성의 노동 참여율은 89.3%에서 87.2%로 떨어졌다.
노동부의 4월 실업률 통계를 보면 여성 실업률이 15.5%로 남성(13.0%)보다 높았다. 특히 흑인 여성(16.4%)이나 히스패닉계 여성(20.2%)의 경우 실업률이 더 높았다.
미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여성이 급여 근로자의 50%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3월 일자리 감소분의 59%는 여성에게서 발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타격이 여성 종사자가 많은 업종에 집중되면서다.
주로 식품 서비스업, 개인 돌봄업 등 주로 면대면으로 이뤄지는 직종에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데 '언택트'가 강조되는 팬데믹 속에서 일자리가 크게 줄 수밖에 없었다. 접객업이나 소매업의 경우 원격 근무가 어렵기 때문이다.
돌봄서비스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면 아이와 노인을 맡기고 일을 가야 하는 가정에 부담이 된다. 특히 여전히 일과 가사 병행 비율이 높은 여성들이 그 부담을 더 크게 질 확률이 높다.
코로나19로 유치원과 요양원 등이 문을 닫고, 이 때문에 집에서 돌봄 노동을 하기 위해 일 혹은 재취업을 포기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과정이다.
푸드뱅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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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악순환은 경제 성장에 장애물이 된다는 점이다. 다나 피터슨 씨티은행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내 여성 감원이 올해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최대 1조 달러(1200조 원) 감소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피터슨은 "이들이 수입이 줄면 전체 가구의 소득도 줄고, 이는 소비 위축을 불러와 경제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테파니아 알바네시 피츠버그대학 경제학 교수는 "여성 노동력 참여로 인한 소득 증가 없이는 가계 불평등이 증가할 것"이라며 "배우자 모두가 원격으로 일할 수 있는 가구와 그렇지 못한 가구 사이의 소득 격차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이탄 알론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학 연구논문에 따르면 기혼 여성은 기혼 남성보다 아이를 돌보는 데 두 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배우자 모두 정규직으로 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기혼 여성은 일주일에 10.3시간 정도를 육아에 쓰는 데 비해 기혼 남성은 7.2시간을 썼다.
피터슨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미 정부가 여성의 노동 참여율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공공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연방정부의 경기 부양책은 여성이 많은 도소매 자영업자들에게 실업급여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이 정책이 7월 말에 만료된다. 이에 민주당을 주축으로 미 의회 의원들은 실업급여 지급 기한 연장을 두고 공화당과 논의 중이다.
텅 비어있는 식당/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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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중심의 일자리가 취약해지는 건 남성 중심의 건설, 제조업 등 생산 부문에서 실업대란이 일어났던 2008년 불황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씨티은행 리포트는 건설과 제조업 등은 인력을 영구히 혹은 일시적으로 감축하더라도 운영 재개를 앞두고 있으나 교육과 소매업, 식당 등 여성을 많이 고용하는 업종은 최장 내년 말까지 일자리가 복구되거나 대체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타격을 남성보다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693만명인데 전년 동월 대비 39만2000명(-1.4%) 감소했다.
그 중 남성이 1538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만3000명(-1.0%) 감소했고, 여성은 1154만9000명으로 23만9000명(-2.0%) 줄었다. 코로나19 타격이 큰 서비스업 종사자 가운데 여성 비중이 높고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고용 상태가 불안정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통계청은 분석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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