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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홍콩보안법 철회를 압박했다. 미국은 중국 언론에 대한 제재 확대를 예고하고 인도에서는 반중 여론이 거세지는 등 중국의 외교적 고립이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다.
23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전날 밤 베이징에서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화상전화 회의를 진행했다. EU 지도부가 지난해 12월 출범한 이후 진행된 첫 회담이었다. 중국 입장에서는 오는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중 간 갈등이 고조돼 우군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진행된 EU 지도부와의 회의였다. 최근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허위정보를 유포하고 있다는 EU의 지적에 대해 해명을 하고 관계 개선을 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 직후 중국과 EU가 발표한 내용은 양국간 불협화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중국-EU 관계, 홍콩보안법, 국제현안 등이 골고루 다뤄졌다. 가장 큰 입장차를 보인 것은 홍콩 이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홍콩보안법은 일국양제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있다"며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한다면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EU는 주요7개국(G7) 파트너들과도 이 문제를 놓고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는 오늘 중국 지도부에 이러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재고를 촉구했다. 물론 중국은 우리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에 우리의 분명한 관점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홍콩보안법 강행을 노골적으로 비판한 EU의 입장과는 달리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은 중국-EU 회의에서 홍콩 이슈가 다뤄졌다는 내용 자체를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과 EU 간 불협화음은 양국간 투자협정, 무역관계에 대한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EU측은 투자협정 협상, 시장 개방 등 경제 문제에 있어 중국 측의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는 불만을 드러내며 압박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중국-EU 간 무역, 투자 관계에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낮은 수준 협상을 더 높은 정치적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셸 상임의장 역시 "유럽이 중국 기업을 맞이하는것에 중국은 화답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반면 중국 언론이 보도 초점을 둔 것은 중국과 미국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EU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관영언론들은 '중국은 EU의 경쟁국이 아닌 파트너'라는 점을 시 주석이 강조했다는 내용과 '중국과 EU는 근본적으로 충돌이 없고 경쟁보다 협력이 더 크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어 보도했다. 중국 정부 역시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중국과 EU 지도부는 투자협정에 대한 논의에 있어 진전을 이뤘다. 올해 안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9월 독일에서 예정됐던 EU 27개 회원국 정상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의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된터라 이번 회의에서 드러난 불협화음은 당분간 뚜렷한 돌파구 없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이 전방위적인 중국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노출된 중국-EU 간 불협화음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이 중국중앙(CC)TV, 중국신문사, 인민일보, 환구시보 등 중국 4개 언론를 외국사절단으로 추가 지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국사절단으로 지정된 매체들은 미국내 자산을 등록하고 새로운 자산을 취득할 때에는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이 중국 언론에 가하는 제재 조치 성격이 짙다. 미국은 앞서 신화통신, CGTN, 중국국제방송, 중국일보 등을 포함한 5개 매체를 사절단으로 지정하고 중국 언론사의 미국내 기자 수를 160명에서 100명으로 줄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인도의 반중 캠페인이 짙어지는 분위기다. 중국 저격수로 통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이날 중국 매체 4곳의 외국사절단 추가 지정 소식을 트위터에 올리자 인도인들은 댓글을 통해 미국 지지, 중국 비난 글들을 쏟아냈다. 인도에서는 양국 군인들간 무력충돌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반중국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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