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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흑인 돕자" 어린이 다섯명이 만든 '작은 기적'…팔찌 팔아 23일만에 1억원 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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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갈등에 미국 사회가 갈가리 찢긴 가운데 흑인, 백인 어린이 다섯명이 함께 만든 '작은 기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역 흑인사회를 돕자며 만들기 시작한 팔찌로 23일 만에 1억원 가까운 돈을 모으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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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 미니애폴리스에 기부하기 위해 '우정 팔찌'를 만들어 판매한 9살 아이들. 맨 왼쪽이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캠린 존슨. [캠린 존슨 아버지 론 존슨 트위터 @3RonJohnso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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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CNN은 미 미네소타주 헤너핀카운티 챈허슨에 사는 캠린 존슨(9)의 사연을 소개했다. 존슨과 친구 4명은 지난 달부터 '우정 팔찌'를 만들어 팔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의 흑인 사회를 돕기 위해서다.

존슨이 사는 곳에서 미니애폴리스는 차로 20분 거리다.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벌어진 각종 시위와 행정 마비에 현지 주민들, 특히 흑인 사회의 어려움은 더 커졌다. 존슨은 이웃 주민을 돕기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우정 팔찌'를 만드는 일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학교도 문을 닫는 바람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도 친구들과 팔찌 제작에 나선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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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팔찌' 판매수익금을 미니애폴리스 흑인사회에 기부하자고 제안한 캠린 존슨. 오른쪽 사진은 우정팔찌를 만들기 위해 실을 고르고 있는 모습. [고펀드미, 론 존슨 트위터 @3RonJohnson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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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만들어진 팔찌를 지난달 말 집 앞마당에 가판대를 펼쳐놓고 팔기 시작했다. 목표 모금액은 50달러(약 6만원). 팔찌에는 '캠린과 친구들:연대와 정의를 위한 팔찌'라는 이름을 붙였고, 가격은 디자인에 따라 1~5달러(1200~6000원)로 매겼다. 가판 옆에는 손글씨로 '미니애폴리스 가족들을 도웁시다'라고 적은 간판을 세웠다. 존슨의 아버지이자 전 NFL(미식축구) 선수인 론 존슨은 트위터 홍보에 나섰다.

SNS에서는 응원 댓글이 쏟아졌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몰려왔다. 워싱턴포스트(WP), CNBC를 비롯해 지역사회 언론에도 소개되면서 돕겠다는 손길도 이어졌다.

차로 1~2시간을 달려왔다는 손님, 팔찌 하나에 100달러(12만원)를 쾌척한 손님도 있었다. 고펀드미(GoFundMe), 벤모(Venmo) 등 온라인을 통한 기부도 활발했다. 전 시카고 베어스 NFL 선수이자 방송인인 안소니 애덤스와 미네소타 대학 총장인 조안가벨 등 지역인사들의 거액 기부도 이어졌다. 또래 친구들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캠린 존슨의 집에는 응원 편지가 날아왔고, 트위터에는 '우정 팔찌'를 만드는 10대 아이들의 영상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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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린 존슨과 친구 4명이 직접 만든 '우정팔찌'를 착용한 채 손목을 엇갈려 잡고있다. [캠린 존슨 아버지 론 존슨 트위터 @3RonJohnson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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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며 팔찌를 판 지 23일 만에 9만 달러(약 1억 원)가 모였다. 아이들은 전액을 미니애폴리스 지역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다. 주로 생활형편이 어려운 흑인들에 음식과 생필품을 나눠주는 데 쓰일 예정이다. 캠린 존슨 측은 "시위와 코로나19 봉쇄령으로 피해를 입고도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지원금이 전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버지 론 존슨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9살 어린 아이도 사회문제에 동참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면서 "그러나 진정한 평등이 이뤄지려면 아직 멀었고 아이들은 사람들이 팔찌를 원할 때까지 이 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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