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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5년 안에 담당 업무 중 약 41%, 10년 안에는 약 57%가 자동화될 것이다. '로봇사원'은 향후 10년 내에 사람과 협력해 긴밀하게 일하는 동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에 대한 한국 사무직 근로자들의 인식이다.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의도치 않게 디지털 혁신으로 떠밀리고 있는 가운데 RPA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가장 각광받을 기술로 꼽힌다. 당장 현업에 투입해 업무시간과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단순반복 업무를 줄여줘 직원 만족도도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은 거의 대부분이 RPA를 도입했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절반 이상 RPA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RPA는 '인간이 하기 싫어하는 일'부터 대체하기 시작했다. RPA 솔루션 기업 오토메이션애니웨어와 시장조사기관 원폴이 전 세계 11개국 사무직 근로자 1만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은 멕시코(3.77시간) 브라질(3.71시간)에 이어 부수적인 관리 업무 하루 평균 소요 시간(3.58시간)이 세 번째로 많았다. 시간을 많이 소요하는 부수적인 관리 업무로 △이메일 관리(약 28%) △정보기술(IT) 시스템 데이터 입력(약 26%) △IT 시스템상 보고서 출력(약 24%)을 꼽았고, 가장 선호하지 않는 부수적인 관리 업무는 △구매주문서(PO) 처리와 인보이스 승인, 지급 추적 업무 등(약 26%) △비용 처리(약 22%) △예산·비용 작업(약 19%) 순이었다. 특히 한국 근로자들은 현재 자신의 업무 중 약 23%에 해당하는 부분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으며 응답자 10명 가운데 7명(약 75%) 이상이 부수적인 관리 업무가 자동화되면 보다 생산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RPA 고용 방식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에 접속해 필요할 때마다 빌려서 쓰는 초단기 '계약직 로봇'까지 등장했다. RPA는 사용료를 지불하고 소프트웨어(SW)에 접속해 사용하는 구독형 서비스 모델이다. 처음에는 기업들이 '인사 재무 분야에 3명(3대)씩 정규직' 이런 식으로 로봇사원을 채용했지만 업무에 투입해보니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을 많이 하는 로봇과 상대적으로 덜하는 로봇이 생겼다. RPA 솔루션 업체들은 이 같은 고객 요구에 맞춰 사용한 양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모델을 추가로 출시했다. 로봇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원격근무 환경에 맞춰 PC는 물론 모바일에서도 RPA와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 조명수 한국딜로이트그룹 파트너는 "일의 종류로 치면 약 30%, 일의 양으로 따지면 50~60%를 RPA가 대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한국 기업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맞추다 보니 RPA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점점 사용이 편리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RPA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구성원과 업무 특성상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다. 자사 업무 전반에 실험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물론 그룹 관계사와 고객사에 최적화된 RPA 사원을 만들어 파견해준다.
삼성SDS는 RPA에 챗봇, 광학적문자판독(OCR·AICR), 머신러닝·딥러닝 등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지능형 업무자동화(Intelligent Process Automation·IPA) 솔루션'을 삼성 관계사와 제조·금융·유통·공공 분야 등 40여 개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브리티웍스'라는 이 제품은 외국산 솔루션에 비해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공급망관리(SCM) 등 기업 업무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계 시스템과 편리하게 연동되고, 국내 인터넷 환경에 필수적인 자동계정생성방지기술(Captcha), 공인인증서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SDS는 이 솔루션을 자사 물류사업에 적용해 인력 수십 명이 지역별 항공사·선사의 3만여 개 사이트에 매일 접속해 화물정보를 수집·편집하고 재입력해야 했던 작업을 자동화해 매달 4000시간에 달하는 단순 업무시간을 절감했고 법무·인사·재무관리·구매 부문 경영지원 업무 전반에 활용해 연간 2만시간 이상(총 110만 시간)을 절감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LG CNS는 근로자들이 싫어하는 업무 중 하나인 거래상품명세서(송장) 입력 시스템을 자동화해 하루 3시간씩 절감해주는 것을 비롯해 정확도를 높여 오류 발생까지 줄였다. 은행에서 비대면 계좌를 개설할 때 필요한 고객의 신분증 정보를 RPA가 이미지로 인식해 웹사이트 데이터를 토대로 신분을 확인한 뒤 계좌 개설 승인을 처리하고, 보험청구서를 작성할 때 병원 진단서, 영수증 사진을 올리면 RPA가 인식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시스템에 자동으로 입력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SK건설에는 복잡한 계약서와 입찰안내서를 꼼꼼히 읽고 독소 조항을 찾아주는 로봇사원 'R대리'가 있다. 입찰안내서는 통상 1만여 장에 달하는데, 기존에는 엔지니어 30명이 100시간씩 총 3000시간을 투입해 분석해야 했지만 R대리를 채용해 자동화한 이후에는 이 과정이 60% 이상 획기적으로 줄었다. 정확도도 사람이 할 때에 비해 7% 이상 높일 수 있어 짧은 입찰 준비기간에도 입찰안내서를 빠르고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R대리는 SK(주) C&C의 인공지능 '에이브릴(Aibril)'을 활용해 만든 RPA로 일반 계약을 포함한 공정, 배관, 기계, 전기, 계측제어, 토목, 건축, 소방 등 전체 설계 공종 모두를 아우르는 'AI종합 입찰안내서 분석 시스템'이다. SK(주) C&C의 RPA 시스템은 자사는 물론 SK 계열사 업무에 다양하게 적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SK(주) C&C 신입사원 공채에 활용되는 'HR for 리크루트(HR for Recruit)'는 응시자 1만명에 대한 서류 검토 시 채용 담당자 10명이 하루 8시간씩 쉬지 않고 평가해도 일주일 걸리던 작업을 8시간 만에 끝낸다.
포스코ICT는 올해 '1부서 1RPA 적용'을 추진하며 전사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한다. 매일 은행 마감 후 모든 통장 계좌의 입금 내역을 확인하고 ERP에서 수금이나 반제 처리를 해야 하는 가수금 정산 업무 담당 김 모 차장은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업무에 매달려야 했지만 포스코ICT의 RPA 비서를 채용한 후에는 RPA가 ERP에서 당일 계좌 입금 내역을 조회하고 가수금 정산 기준 정보와 매핑해 수금·반제 처리를 자동으로 수행해줘 이메일로 결과를 받아 확인하는 작업만 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작년부터 전사적으로 RPA 기술을 도입했다. 사내에 RPA 추진팀을 만들어 RPA 비즈니스 분석가를 키우고, RPA 적용 업무가 가능한 60개 후보군 중 업무 절감 효과가 큰 순위로 19개 과제를 우선 진행했다.
신세계아이앤씨는 신세계그룹에 RPA를 도입해 약 80%에 이르는 업무시간 절감 효과를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건설, 신세계푸드 등에서 RPA 기술을 활용 중인데 만족도가 높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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