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일 경기도 파주시 교하 소초에 설치된 고정형 대북확성기를 군 장병이 철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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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이날 비무장지대(DMZ) 여러 곳에서 동시에 북한이 대남 확성기를 조립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 당국은 북한이 대남 심리전을 벌이기 위해 삐라 살포와 함께 확성기 방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의 관영 매체인 노동신문은 이날 “1200만장의 각종 삐라를 인쇄했고 3000여개의 풍선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남북한은 2018년 4월 23일 MDL 일대에서 심리전 방송을 멈춘 뒤 5월 1일부터 확성기를 빼냈다. 한국은 최전방 지역에서 40여 대의 고정식 확성기와 10여 대의 이동식 확성기를 통해 뉴스와 날씨, 가요, 북한 소식 등을 방송했다. 직선거리 기준으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최대 20㎞까지도 대북 방송이 들린다고 한다. 북한도 이에 맞서 비슷한 숫자의 대남 확성기를 운용했다.
사실 확성기 방송은 북한 쪽이 불리한 카드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는 성능이 안 좋고 출력이 약해 한국 쪽에선 거의 들리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대남용이라기보다는 한국의 대북 확성기 방송 교란 목적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쪽에선 북한 관영 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뉴스를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전달해 효과가 매우 컸다. 이 때문에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전 선포’로 여기고, 남북 당국 간 접촉이나 회담 때마다 중단을 거듭 요구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물리적 핵폭탄’에 대응하는 한국의 ‘심리전 핵폭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도발하면 즉각적이며 신속하게 상응한 대응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바로 대북 확성기를 재설치할지를 놓고는 고심 중이다. 정부 소식통은 "정 장관의 발언이 있었지만, 대응 조치의 구체적 내용은 국방부 혼자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과 대남 삐라를 함께 들고나온 것은 이 둘이 4ㆍ27 판문점 선언의 상징적 조치이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꺼리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북 삐라로 맞서진 않을 것이라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결국 북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놓고 남남갈등만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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