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은 눈치도 없나” 여론전
야당 “정권의 공격 이성 잃었다”
오늘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
대통령, 추미애·윤에 메시지 주목
문 대통령이 22일 유사한 문제를 마주한다.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 총장이 참석하는 6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한다. 조 전 장관 퇴임 직후 장관이 없는 가운데 진행한 뒤 처음 소집하는 것이다. 당시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부터의 과제는 윤석열 총장이 아닌 다른 어느 누가 검찰총장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공정한 반부패 시스템을 만들어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22일 회의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느냐에 따라 윤 총장의 거취 논란이 크게 소용돌이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버티는 총장을 잘라낼 제도적 방법이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진 사퇴로 여론전을 몰아가고 있다. 현행 검찰청법(12조)엔 임기제(2년, 중임 불가)가 명시돼 있다.
사퇴 압박의 표면적 근거는 추 장관과의 불협화음이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주요 참고인인 한모씨가 주장한 검찰의 위증 교사 의혹을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에 배당했으나 추 장관이 “옳지 않다”며 대검 감찰부가 직접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한명숙 사건, 대검·중앙지검 같이 조사”… 추미애와 충돌 피해
사실상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라고 해석됐다. 이전엔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강정구 동국대 교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고 한 건이 유일했다. 김 전 총장은 직후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했다.
앞서(19일) 윤 총장 거취 논쟁에 불을 댕긴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의 “내가 윤석열이라면 벌써 그만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버티고 있겠나”라고 한 의도다.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지낸 우희종 교수도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눈치가 없는 것인지 뻔한 상황인데 윤 총장은 갈수록 더하다. 이번 총선에서 집권당이 절반을 넘는 일방적 결과는 윤 총장에게 빨리 거취를 정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라고 주장했다.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윤 총장에 대한 정권의 공격이 이성을 잃었다”며 “내 편은 진리라는 권력의 오만이 친문 무죄, 반문 유죄의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수진 통합당 의원은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법안을 22일 대표 발의한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총선) 당시 민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을 내칠 것이라 주장했던 것은 야당이었다. 민주당은 표를 얻으려고 극구 아니라고 부정했었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윤 총장 사퇴론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총장이 임기 절반(1년)을 채워가는 시점에서 인사권자(대통령) 차원의 교체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전직 고검장)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실시된 1988년 이래 평균 임기는 1.5년 남짓이었다.
하지만 현재 검찰에 신라젠·라임자산운용 등 여권 연루 의혹 사건이 쌓여 있고, 4·15 총선 고발 건들도 처리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문 대통령으로서도 윤 총장을 불신임하기엔 부담스러운 요소다. 결국 외곽에서 ‘윤석열 내치기’에 더 전력을 쏟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대검은 한모씨 사건과 관련,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장으로 하여금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과가 자료를 공유하며 필요한 조사를 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대검은 “전례나 규정을 떠나 총장이 장관의 생각을 검찰 업무 처리에 반영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추 장관과 충돌은 피하는 모양새다.
심새롬·김기정·나운채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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