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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물가와 GDP

코로나 이후 가팔라진 ‘빚 증가 속도’… 韓, GDP 대비 세계 43개국 중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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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민간부문 빚, GDP 2배 넘을 듯 / “향후 경기회복 발목 잡을 수도” 우려

세계일보

지난해 4분기(10∼12월) 우리나라의 가계·기업 등 민간 부문의 빚 증가 속도가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할 때 가장 빠른 수준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위기 극복을 위해 가계와 기업에 대대적인 대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빚이 불어나는 속도가 더욱 가팔라져 올해엔 민간부문의 빚이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국제결제은행(BIS)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5.5%로 전분기 말보다 1.6%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조사 대상인 전 세계 43개 주요 국가 중 홍콩과 함께 가장 큰 증가 폭이다. 노르웨이가 1.0%포인트로 2위였고, 3위인 중국은 0.8%포인트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한국 민간(가계+기업) 신용의 GDP 대비 비율은 197.6%(가계 95.5+기업 102.1)로, 직전 분기보다 2.6%포인트 올랐다. 43개국 가운데 싱가포르(7.2%p)·칠레(3.1%p)에 이어 3번째로 빠른 증가 속도다.

이번 자료가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데이터임을 감안하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민간 신용의 GDP 대비 비율이 200%를 훌쩍 넘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가계와 기업이 진 빚 규모가 우리나라 경제주체(가계·기업·정부)가 한 해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2배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GDP 성장률은 0%대 혹은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반면 빚 증가속도는 코로나19로 가속이 붙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되는 자료만 봐도 개인과 기업들의 빚 증가 속도는 확연히 빨라진 모습이다. 코로나19로 경제주체들 모두 활력을 잃은 데다 기준금리가 0.50%로 사상 최저치로 떨어져 대출 금리도 하락함에 따라 최근 대출 증가세는 더욱 커지고 있는 추세다.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16조5544억원으로 지난 5월 말보다 1조8685억원 늘었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렸던 3월의 신용대출 규모는 2조2408억원으로 역대급 증가세를 보였다. 4월 들어 4975억원만 늘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5월 1조689억원으로 다시 1조원대를 넘더니 6월은 남은 기간을 감안하면 2조원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서민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사업자들도 올해 들어서만 19조1199억원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중장기적으로는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부채가 단기간에 크게 늘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가계나 기업이 빚으로 살아남더라도 이후 빚을 갚느라 투자나 소비에 나설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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