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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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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가 코로나 전파" 가짜뉴스에…중계기 부수고 기술자 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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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주민들 통신기술자 감금

볼리비아선 중계장비 파괴

'약초' 태우다 화재 빈발

정부 불신 겹쳐 남미 속수무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남미에서 "5G 통신 전파가 코로나19를 퍼뜨린다"는 가짜뉴스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급기야 일부 지역에선 휴대전화 중계시설을 파괴하고 기술자들을 감금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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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페루 수도 리마의 성당에서 코로나19로 숨진 4000여명의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 영정 사진을 좌석에 배치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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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에선 매일 수만 명이 감염되고 묘지가 모자랄 정도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원래도 부실했던 의료 체계가 완전히 붕괴하고 각국 정부가 제대로 방역 대책을 내지 못하자 불안한 민심이 가짜뉴스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영국, 벨기에 등 유럽에서도 감염이 확산하면서 비슷한 가짜뉴스 사건으로 5G 통신시설이 파괴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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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현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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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에 따르면 페루 중남부 아코밤바주(州)의 한 마을 주민들이 이달 초 8명의 통신회사 기술자들을 감금했다. 이 기술자들이 무선 통신시설을 5G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새로운 안테나를 가져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달랐다. 페루 정부 당국에 따르면 아직 페루엔 5G 통신 설비가 없다. 결국 지방정부 관계자들이 대거 출동해 이런 설명과 함께 "5G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무관하다"고 설득한 끝에야 기술자들을 석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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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중계시설에 대한 공격은 유럽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4월 19일엔 벨기에 림뷔르흐의 한 5G 통신시설이 '5G 전파가 코로나19를 전파한다'는 가짜뉴스를 믿은 사람들에 의해 파괴됐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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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주민들은 불안하다면서 기존의 통신 안테나까지 철거해달라고 요청했다. 페루는 브라질에 이어 남미에서 두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국가인데, 해발 4000m에 위치한 아코밤바 지역은 그나마 가장 사정이 나은 곳이다. 전염병이 퍼지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주민들 입장에선 조그만 위험이라도 없애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볼리비아에서도 이달 중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여러 곳의 통신 중계시설이 주민들의 공격을 받아 파괴된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볼리비아 최대 도시 산타크루즈 인근 야파카니에선 4개 통신회사의 중계시설이 거의 동시에 파괴됐다.

현지 경찰은 "일종의 테러 공격을 당했다"며 "가담한 주민들이 너무 많아서 속수무책이었다"고 현지 매체에 토로했다. 주민들은 시장에게 "5G 시설을 철거해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볼리비아 정부 입장에선 난처했다. 볼리비아 역시 페루와 마찬가지로 아직 5G 시설을 설치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좌파였던) 전임 에보 모랄레스 정권을 강력히 지지하는 이 지역 주민들의 반정부 성향이 반영된 움직임"이라고 전했다. 정부 말을 아예 믿지 않고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더 믿는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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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볼리비아 코차밤바 남부 카라카라 지역에서 좌파인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타이어와 철책으로 바리케이드를 치고 정부 관계자 등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볼리비아 등 남미 각국의 정국 상황이 불안해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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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에선 어처구니없는 믿음에 화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특정 약초를 태워 그 향을 맡으면 면역력이 올라가 코로나19를 물리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이 집에서 바싹 마른 약초를 태우다가 불똥이 가옥으로 옮겨붙으면서 큰 화재로 이어지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약초의 독성 때문에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실려 간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브라질 정부는 헛소문이라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코로나19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워낙 강해 이런 일들이 계속되는 분위기다.

이처럼 팬데믹(세계적인 대유행)의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앞으로 남미 각국의 정치 지형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데, 정부가 대응할 방법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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