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개막한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장편 경쟁 진출
기획 이후 한한령에 제작 과정 순탄치 않아 6년 걸려
창작 애니 제작 꿈꾸며 업계 뛰어든 창작진 뭉쳐
7월 개막하는 부천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성형수' 보도스틸 이미지(에스에스애니멘트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파이낸셜뉴스] K-웹툰의 세계적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인기 시리즈 웹툰 ‘기기괴괴’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됐다. ‘기기괴괴’ 중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에피소드 ‘성형수’를 영화화한 ‘기기괴괴-성형수(Beauty Water)’(이하 ‘성형수’)가 그것이다.
올여름 극장 개봉을 앞둔 이 작품은 지난 15일 온라인 개막한 제44회 프랑스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이하 안시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로 통하는 이 페스티벌 경쟁부문에는 안재훈 감독의 ‘무녀도’도 이름을 올렸다.
‘성형수’는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보기 드문 공포·스릴러 장르다. 몸에 바르기만 해도 미녀가 되는 신비의 물 ‘성형수’를 얻게 된 한 20대 여성의 이야기를 기괴한 만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2019년 영화진흥위원회와 서울산업진흥원의 제작 지원을 받았으며, 에스에스애니멘트와 스튜디오애니멀이 공동 제작했다.
■ ‘성형수’ 기획 이후 중국서 신드롬급 인기
국내에선 TV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가 기존에 없던 공포·스릴러 장르에 도전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은 상대적으로 척박한 상태로, ‘마당을 나온 암탉’(2011) 이후 ‘언더독’(2019) ‘레드슈즈’(2019) 등 가족용 작품만 짬짬이 제작됐다. 반면 ‘성형수’는 20대 여성 관객이 메인 타깃이며, 등급도 15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제작됐다.
‘성형수’의 기획부터 완성까지 6년을 꼬박 투자한 에스에스애니멘트의 전병진 프로듀서는 “2014년 중국 시장을 겨냥해 기획하면서 오성대 작가의 뛰어난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 능력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3년 (중국 국영 이동통신 기업) 차이나모바일이 만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인기 순위를 분석한 결과 크게 섹시 코미디와 호러·스릴러로 양분됐죠. 중국 만화계에선 귀신이 등장하면 안 되기 때문에 괴물, 좀비 등 기괴한 것이 등장하는 작품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전 프로듀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고려해 섹시 코미디보다는 공포·스릴러에 주목했다.
“국내 공포 장르 웹툰을 샅샅이 뒤졌죠. 당시만 해도 공포 장르 웹툰 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는데, 2013년부터 연재된 ‘기기괴괴’가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작품이었죠. 작가의 전작을 살펴보니 코미디와 로맨스가 많았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스토리텔링 능력이 뛰어났어요.” 일본의 ‘기묘한 이야기’나 미국의 ‘환상특급’처럼 ‘기기괴괴’를 한국의 괴담 시리즈로 만들겠다는 계획은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 ‘성형수’ 프로젝트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예상치 못한 호재와 악재 사이를 오갔다. “2015년 (당시 오성대 작가의 소속사인) 누룩미디어와 판권 계약을 맺었는데, 몇 달 뒤 중국에서 불법 유통된 웹툰 ‘기기괴괴’의 ‘성형수’ 에피소드가 그야말로 대박이 난 겁니다. 많은 중국 여성들이 웹툰의 엔딩 장면을 놀이처럼 재현해 SNS에 공유할 정도로 센세이셔널 했습니다.” 중국 자본이 국내 콘텐츠 산업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 때라 투자유치가 쉽게 이뤄질 것이라 예상했다.
“당시 중국 투자자에게 제목만 이야기하면 됐어요. 추가 설명이 필요 없었죠. 그런데 갑자기 (일이) 꼬였습니다. 중국 투자자자들과 얘기를 주고받던 중 갑자기 사드 배치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제동이 걸렸습니다. 한한령이 언제 풀릴지 모르는 가운데, 중국시장은 자체적으로 변화, 발전했죠. 2017년엔 10~20억 원대 온라인용 영화(웹무비) 시장이 형성되더라고요.” 한한령은 아직까지 유효한 상태로, 한류 시장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불확실성 큰 중국보다 중국 외 글로벌 시장이 답
설상가상 미중 무역분쟁 사태가 장기화됐고 코로나19까지 터졌다. 전 프로듀서는 “‘성형수’는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기획했으나, 이젠 중국 외 글로벌 시장이 답인 것 같다”며 “중국 시장은 너무 불확실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드 피해업체 인증을 못 받은 것도 많이 아쉬워요. 2018년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악화로 피해 입은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았는데, ‘성형수’ 프로젝트는 행정요건상의 이유로 인증을 못 받았거든요.”
‘성형수’는 여러 고비 끝에 85분짜리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됐다. 안시 페스티벌에서 날아온 낭보는 그동안의 노고에 작은 위안이 됐다. 1997년 대학 졸업 후 카드빚을 내 생애 첫 안시 페스티벌 나들이에 나섰던 그는 “메인 극장에서 작품이 상영될 때 관객들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휘파람을 부는 등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됐다”며 “그해 ‘비비스 앤 버트헤드’ ‘공각기동대’가 상영됐는데, 디즈니, 워너 등 할리우드 제작사도 참여했을 정도로 황금기였다”고 돌이켰다.
23년 후 관객이 아닌 제작자로 레드카펫을 밟을 기회는 코로나19로 인해 빼앗겼지만, 안시 페스티벌 경쟁부문 진출만으로도 감회가 남다르다. 특히 ‘성형수’는 자신처럼 창작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 업계에 뛰어들었던 ‘스튜디오애니멀’의 조경훈 프로듀서가 연출을 맡았다.
“국내에서 창작을 잘하는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입니다. 허투루 만들진 않을 것이라는 공동의 연대감이 있었죠. 국내에선 비교적 단순한 유아동용 애니메이션에 치중되다 보니 성인 타깃의 드라마를 연출할 감독을 찾기 힘듭니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고 연출 역량을 보유한 프로듀서가 연출을 맡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성형수’도 그런 경우죠.”
‘성형수’를 영화화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인물의 심리다. “원작의 구성 자체로 볼 때 장편으로 만들기에 이야기가 빈 부분이 있었죠. 인물의 심리 전개에도 빈 부분이 있어서 영상으로 옮기며 많이 채워나갔습니다.”
‘성형수’는 현재 다양한 국제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오는 7월 9일 개막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성형수’는 원작의 기괴한 상상력과 분위기를 충실히 살리는 동시에 새로운 에피소드, 완성도 높은 작화와 움직임, 성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기괴함과 처절함이 배가됐다”며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의 기준에 휩쓸려 파국을 향해 치닫는 주인공을 통해 외모지상주의와 성형을 강요하는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한다”고 평했다.
척박한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딛고 완성해낸 작품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제작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특히 상대적으로 만나기 힘든 성인 대상 호러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서 소중하다”고 초청 이유를 밝혔다.
한편 원작자인 오성대 작가는 지난 5월부터 ‘뉴성형수’를 네이버웹툰에 연재하고 있다. 장편 애니메이션 ‘성형수’는 부천영화제를 거쳐 올여름 개봉 예정이다.
#웹툰 #애니메이션 #한류 #영화제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