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남성 총 쏴 죽인 애틀란타 경찰, 살인 혐의 기소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인 혐의를 받는 경찰관 개럿 롤프(왼쪽)과 사건 당시 현장에 함께 출동한 데빈 브로스넌 경관. AP=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란타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을 사살한 백인 경찰이 ‘중죄 모살(felony murder)’ 혐의로 기소됐다. ‘중죄 모살’은 위험한 범죄를 저지르는 도중 살해 의도 없이 저지른 살인으로, 최대 무기징역을 받을 수 있는 1급 살인죄에 해당한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폴 하워드 애틀란타 지방 검사는 지난 12일 한 패스트푸드 식당 앞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27)를 사살한 혐의로 개럿롤프 전 경관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하워드 검사는 사건 당시 브룩스가 경찰로부터 뺏은 테이저건을 손에 쥐고 있었지만 롤프에게서 5m 이상 떨어져 있었고, 도망치는 중이었기 때문에 경찰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고 봤다. 롤프는 총을 쏴 브룩스를 맞춘 뒤에도 아무런 구명(求命) 행위를 하지 않고 브룩스를 발로 차는 등 다른 10개 혐의도 받고 있다.

사건 현장에 출동한 또 다른 경찰관 데빈 브로스넌은 가중 폭행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브로스넌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으며, 브룩스 사건 재판에서 증언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브룩스의 부인 토미카 밀러(오른쪽). EPA=연합뉴스

브룩스 유가족의 변호인인 토미카 밀러 변호사는 검찰의 기소를 환영했다. 소식을 들은 시위대 50여명은 사건 현장인 웬디스 레스토랑 앞에 모여 집회를 열기도 했다.

12일 롤프와 브러스넌은 차량 한 대가 식당 드라이브 스루 차선을 막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차 안에는 브룩스가 자고 있었다. 음주 측정 결과 브룩스는 만취한 상태였다. 경찰 보디캠 영상에 따르면 브룩스와 롤프는 40여분간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경찰이 수갑을 채우려 들자 브룩스는 몸싸뭉을 벌이며 저항했고, 스턴건을 빼앗아 경찰을 겨누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롤프는 권총을 꺼내 들어 쐈다.

부검 결과 브룩스는 등에 총을 두 발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한 발이 심장을 꿰뚫었다고 밝혔다.

앞서 롤프의 변호인단은 “롤프는 사격을 개시하기 전, 총성과 같은 소리를 듣고 섬광을 목격했다”고 했다. 롤프가 정당방위의 차원에서 총을 쐈다는 것이다. 이들은 “브룩스는 경관 2명을 공격해 그중 1명을 무장 해제시켰다. 브룩스가 돌아서서 롤프 경관을 향해 스턴건을 겨눴을 때, 경찰관이라면 누구나 그가 자신을 무장 해제시키려 하거나, 무력화시키거나 중상을 입히려는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워드 검사는 이날 발표에서 “브룩스가 들고 있었던 스턴건은 이미 2차례 발사된 상태로, 비어 있었다. 위협이 될 수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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