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 후 서로 손을 잡고 위로 들어보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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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함께 여권의 대북관도 17일 좌충우돌했다. 핵심은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이었다.이날 청와대가 “현 상황에서는 (국회 비준은) 무리”(고위관계자)라고 했는데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추진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밝히면서다.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안은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언문을 낸 해(2018년) 9월 20대 국회에 제출됐다가 야당 반대로 폐기됐다.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 전단 살포를 맹공하자 여권은 판문점 선언 비준을 더욱 서두르는 듯했다. 설훈·박광온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공개회의에서 “하루빨리 국회를 가동해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동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도 비준 동의안 당론 채택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14시 50분에 요란한 폭음 속에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우리 인민의 격노한 정벌 열기를 담아 이미 천명한 대로 단호한 조치를 실행하였다"라고 전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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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6일 북한이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하자 당·청의 공식 입장은 대북 강경으로 선회했다. 이 대표는 이날 “판문점 선언의 상징을 폭파하는 북쪽의 행동은 금도를 넘었다”고 했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공식 브리핑에서 “북측의 이런 사리 분별 못하는 언행을 우리로서는 감내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자 곧바로 혼선이 빚어졌다. 청와대가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불가에 쏠렸지만, 민주당에선 비준 추진 목소리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판문점 선언의 비준은 무리가 아닐까 싶다”며 “(청와대 내) 전체적인 인식 논의가 있었고 논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면 (비준이) 어려울 거 아니냐는 판단”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맡은 송영길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4·27 판문점 선언이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 (국회 비준은) 포기할 수 없는 문제이고, 한반도의 평화 협력 문제는 지속적으로 우리가 인내심을 가지고 해야 할 문제지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일부 위원은 비준 추진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한다. 한 회의 참석자는 “북한의 과도한 잘못은 지적하되 합의의 법제화는 필요하다”는 양비론이 오갔다고 전했다. 송갑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와 종전 선언 촉구 결의안을)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했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지난 16일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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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당·청의 엇박자는 그만큼 북한의 도발이 예상 밖이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북한의 협박성 발언 수위가 높아갔지만 "오직 신뢰와 인내"(이해찬 대표)라는 게 여권의 대북 기조였다. 하지만 16일 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비무장지대 내 군부대 재주둔 등 북한이 추가 군사 행동을 예고하면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과 같은 기본 대북 정책마저도 조율을 거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를 의식한 듯 민주당 지도부는 18일 관계부처 장관을 불러 외교·안보·통일 자문회의를 열고 정부 측 상황·방침을 공유하기로 했다. 비준 동의와 관련해서는 “일단 정부가 (비준안을) 제출하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송 대변인)는 입장을 취했다. 당초 이날 오전 예정됐던 국정원의 김병기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 상대 보고는 오후로 미뤄졌다가 아예 취소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야당에선 “청와대의 김여정 유감 표명이 여론에 등 떠밀리는 전시행정이 아니라면, 청와대는 대북정책 전환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 달라”(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는 요구가 나왔다.
심새롬·하준호·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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