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여지 남겨두고 대남강경조치 통해 미국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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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북한이 남측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며 관계 단절 의지를 확고히 하면서도 미국을 상대로는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등 신중 모드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남측 압박 행위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분석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모종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오는 11월 미국 대선까지 북미 간 긴장관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 사무소 폭파를 전후에 남측 정부를 향한 비난 수위를 점차 높여가는 형국이다.
북한은 17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연락사무소 폭파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며 "무맥무능한 남조선 당국자들에 의해 (연락사무소가) 오늘날 쓸모없는 집으로 변했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파렴치의 극치' 논평을 통해서는 전날 통일부 성명을 거론하며 "입 건사를 잘못하면 그에 상응해 이제는 삭막하게 잊혀가던 서울 불바다 설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고, 그보다 더 끔찍한 위협이 가해질 수도 있겠는데 그 뒷감당을 할 준비는 돼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고 위협도 했다.
'불바다'와 같은 위협은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마다 북한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비치며 내놓은 표현이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을 상대할 때와 달리 미국 정부를 향해서는 '로우키'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제재의 키를 쥔 미국을 종종 비난하긴 했지만, 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미국에 아직 이렇다 할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국의 신경을 자극하지 않는 나름 신중한 태도를 내비친 것으로, 이는 남측을 배제하고 대북제재 완화·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과 직접거래를 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미국 역시 북한의 행보를 주시하면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첫날인 16일(현지시간) 공식 일정을 가졌지만, 북한과 관련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북한이 남측을 거칠게 몰아붙이면서도 미국에는 특별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배경으로는 미국과 일말의 대화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측 압박을 통해 한국의 동맹인 미국에 존재감을 알리며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에서 나름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이 하노이 회담 이후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 대선까지 현상 관리만 할 것으로 보이면서 북한은 아무런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를 두고 "북한이 '그냥 당할 수 만은 없다'는 메시지를 한국을 통해 미국에 보낸 것"이라고 분석한 뒤 "2017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끝나게 될 수도 있어 북한은 수위를 높여가며 미국의 반응을 살필 것"이라고 내다봤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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