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여정ㆍ장금철 담화 등 오전에만 5가지 형식으로 비난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원색적 '말 폭탄'
개성공단 자산 압류, 금강산폭발, 휴전선내 전단 살포 등
정부의 강력 경고 불구, 북 다양한 후속 행동 나설 가능성
17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 임진강변 우리 측 초소와 마주보고 있는 북한 초소에서 북한군이 초소 밖에 서 있다.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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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부터 대남 공세의 수준을 올리던 북한이 지난 13일 하루 세 차례(김여정, 장금철, 권정근 외무성 미국 국장) 담화를 내긴 했지만, 이처럼 소나기 식으로 입장을 낸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내용은 전날(16일) 남북공동 연락 사무소 폭파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한국 정부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장금철 부장)라며 향후 남북관계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뜻도 담았다. 특히 지난 4일과 13일에서 남북관계 파탄을 예고하며, 향후 북한의 ‘조치’를 언급했던 김여정은 이날 이달 들어 세 번째 담화에서 “뻔뻔하고 철면피”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앞으로 남조선 당국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후회와 한탄뿐일 것”이라며 “흐르는 시간 속에 뼈아프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본인 스스로 “내가 오늘 또 말 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동안 삼갔던 문 대통령에 대한 직설적 비난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김여정의 무례한 담화는 몰상식한 행위다.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는 언행은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전과 달리 즉각 반박하며 양측의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공개보도’ 형식으로 군사적 행동을 암시했던 총참모부도 나섰다. 총참모부 대변인은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 공업지구에 연대급 부대들과 화력구분대 전개 ▶비무장지대에서 철수했던 초소에 병력 투입 ▶서해안과 전방지역 근무태세 격상과 접경지역 군사훈련 ▶대남 삐라 살포를 위한 개방과 군사적 협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이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과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2018년 9월 19일 맺었던 남북군사합의서 파기에 나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총참모부가 군사행동 계획들을 보다 세부화하여 빠른 시일 내에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비준에 제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실제 군사행동은 중앙군사위 회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전단살포를 군이 협조하겠다고 밝힌 점은 ‘민간인’들이 군 관할 지역인 휴전선 가까이에 접근해 전단을 날리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대놓고 전단살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개성공단에서 폭약을 터뜨린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기업들의 자산을 몰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정부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자 북한은 금강산 지역 내 남측 자산을 몰수한 전례가 있다. 현재 개성공단에는 정부 자산뿐만 아니라 125개 기업의 1조원에 육박하는 시설물이 있다.
개성공단에 이어 금강산 지역의 정부 자산을 폭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23일 금강산을 방문해 “남측 건물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한 이후 북한은 남측 자산을 회수해갈 것을 압박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확산하며 북한의 요구는 중단됐는데, 남북관계 파탄을 예고한 북한이 개성에 이어 금강산에서 폭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의 담화 속에서 행간을 찾아 읽어야 했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직설화법으로 바뀌었다”며 “북한이 쪼개기 식으로 입장을 내고는 있지만, 군사적 행동을 거론하고, 내부 주민들에게도 알린 만큼 향후 긴장을 더욱 고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용기로 추정되는 항공기(JS671)가 이날 오전 함경남도 방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민간 항공기 운항 상황을 추적하는 ‘플라이트 레이더 24’는 이날 오전 평양을 출발한 항공기가 함남 함흥 지역까지 항공한 뒤 기수를 북쪽으로 옮긴 것으로 표시했다. 이후 항공기 항적은 잡히지 않았다. 위치 발신장치를 끈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탑승한 항공기는 통상 위치 발신장치를 끄거나, 안전을 위해 재밍(전파 교란)을 한다”며 “김 위원장의 탑승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군사 행동을 위한 의도적인 예고 또는 과시일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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