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개성공단·금강산에 군부대 전개 관측…사업 재개 희망 사실상 사라져
남북관계 단절 넘어 대결로…대북여론 악화·북핵 등 20년 전보다 더 어려운 상황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남북관계가 20년 전의 대결 시대로 되돌아갔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6·15 공동선언 채택 이후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만큼 남북관계의 성과물들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적은 없었다.
북한은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채택한 판문점 선언의 결실인 연락사무소가 무너지는 장면은 지난 2년여의 남북간 대화와 협력이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표현대로 '일장춘몽'에 불과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북한은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도 다시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군사합의도 파기한 셈이다.
남북관계는 2018년 '평창'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7일 "우리 공화국 주권이 행사되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에 이 지역 방어 임무를 수행할 연대급 부대들과 필요한 화력구분대들을 전개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때 남측 기업인과 북한 노동자들이 협력했던 개성공단과 수많은 남측 관광객들이 절경을 감상하던 금강산에 이제는 북한의 정예부대 다시 주둔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전 상황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있는 남측의 공장과 호텔, 매점 등 시설물들도 모두 철거될 가능성이 있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금강산관광은 2008년 7월부터 각각 중단된 상태지만 재개의 희망을 놓지 않았는데, 이제는 사실상 포기해야만 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몰렸다.
문 열려있는 북한 포진지 |
남북관계가 단절을 넘어 대결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대적(對敵) 군사행동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9·19 군사합의라는 '안전판'이 사라지고 남북 간 연락 채널까지 모두 끊겨 DMZ와 군사분계선(MDL),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에서 언제라도 우발적인 무력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더 답답함을 키우는 것은 남북관계에서 반전을 도모할 여지도 거의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하더니, 이날 담화에선 "이제는 남조선당국자들이 우리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앉게 되었다"고 거듭 못 박았다.
북한이 이날 '남측이 지난 15일 특사 파견을 요청했지만 거절했다'고 공개한 것도 그만큼 남측에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남북관계는 20년 전으로 돌아갔지만,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어렵다.
무엇보다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차가워졌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며 화해와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만큼 북한의 비이성적 행동과 말에 대한 실망감도 깊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물론 앞으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북한과의 교류 시도에 대한 여론의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는 점도 엄청난 부담이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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