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힐 前 차관보 주장…여권선 한미워킹에 화살 돌려 갈등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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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연일 북한의 강경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몽니를 부리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압박이 한미 공조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진단에 더해 북한이 최근 남북·북미 합의 미이행 명분을 앞세워 남측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한미 간 균열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8년 11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한미워킹그룹마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여권 일각에서 남북관계 파탄의 원인으로 한미워킹그룹을 꼽기도 해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려가 큰 한미 동맹에 대해 이번에는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입을 열었다. 힐 전 차관보는 15일(현지시간) 싱크탱크인 ‘국제 위기 그룹(ICG)’이 진행한 '협상 대표들의 조언:북한에 관한 다음 조치들' 화상 세미나를 통해 “지난 약 2주 동안 북한의 행동은 한국과 미국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 보기위한 시도”라면서 “이는 일종의 동맹에 대한 시험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남북 통신선 차단·폐기 등 강경조치에 대한 분석이다.
특히 북한이 의도적으로 남한에 굴욕감을 주면서 한미 공조의 균열을 노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13일 김 부부장의 대북 강경 담화 이후 남측을 겨냥해 미국 눈치를 보면서 6.15공동선언, 10.4공동선언, 4.27 판문점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 등 남북 간 4대 공동선언을 이행하지 못하는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연일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한국 정보에 굴욕감을 주려고 하는 것은 보다 정치적인 배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북한은 한국과 미국 사이의 간극을 더 벌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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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둔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대폭 증액 요구가 대외 정책의 실패 요인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가 지역안보태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힐 전 차관보는 “지금까지 우리는 매우 형편없이 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군에 대한 주둔국의 지원 이슈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집착 때문”이라며 방위비 증액에 대한 과도한 인상 요구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대외정책 실패에 맞물려 북한이 지속적인 강경행보를 예고하고 있지만 갈수록 묘안을 찾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던 한미워킹그룹마저 올 들어 이렇다 할 공시 일정 없이 공백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되레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한미워킹그룹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적극적 행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까지 무게를 더하고 있다. 미국측 북핵 대표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해 12월 미 국무부 2인자로 승진하면서 북미 대화가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마크 램버트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사가 지난 1월 대중 견제 역할을 위한 유엔 다자간 연대 특사로 이동했고 2월에는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겸 북한 담당 부차관보가 대사급인 유엔 특별 정무 차석대사직을 수행하게 된 탓이다. 미 국무부의 대북 업무의 밀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무용론은 여권 내부에서 집중적으로 터져 나왔다. 협의체인 한미워킹그룹을 이용하되 종속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의원은 1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실질적 경제협력이라든지 남북 간 여러가지 합의사항이 있었지만 그런 조치들이 한미워킹그룹에 다 막혀있다”며 “이것은 불필요한 규제”라고 밝혔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과 책상치고 고함지를 수 있는 용기 없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면서 “대북 정책과 관련해 미국과 사전에 협의하는 모양새를 몇 번은 갖추고, 그때도 안 되면 일을 저지르고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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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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