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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외교수장 "미·중 어느 한쪽 편들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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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반중 전선' 불참 시사…"우리는 '유럽의 길' 갈 것"

SCMP "'파이브 아이즈'는 반중 동맹 강화…中 대응 주목"

연합뉴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대표
(브뤼셀 EPA=연합뉴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 외교 수장이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전선'에 불참하고, 양국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대표는 전날 자신의 공식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미·중 갈등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다자주의와 협력에 기초한 유럽의 독자적인 외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렐 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편들기'에 대한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며 "하지만 EU는 어떠한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마이 웨이'(My Way)의 길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관계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항상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유럽의 길'은 협력의 공간으로서 다자주의 체계를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렐 대표의 이런 발언은 15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의 화상회의를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코로나19 확산에서 '중국 책임론' 등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보이지만, 보렐 대표의 발언은 미국의 반중 전선에 EU가 반드시 동참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렐 대표는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보고서에서 중국을 '체제 경쟁자'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애써 수위를 낮추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EU와 중국의 관계는 복잡하고 다면적일 수밖에 없다"며 "'체제 경쟁자'라는 단어에서 '체제'라는 측면보다 '경쟁자'라는 측면이 더욱 부각됐지만, 이것이 우리가 '체제 경쟁'을 벌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정치에서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EU와 중국도 중요하고 긍정적인 의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대응, 기후변화 대응 등 양측이 협력할 분야가 많이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EU와 달리 영미권 기밀정보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영국·미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코로나19 확산과 홍콩보안법 등의 여파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이에 대한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고 SCMP는 전했다.

SCMP는 "파이브 아이즈 내에서 중국에 일대일로 대응하거나 개별 이슈를 놓고 대응하는 것은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5개국의 공조 강화가 점차 눈에 띄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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