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조치·사재기 없어 선진국 대비 물가상승률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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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글로벌 수요와 공급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물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경우 5월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를 나타냈고 다른 나라보다도 물가가 낮은데 이는 전면적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으로 물가가 반등할 수 있는지 여부는 코로나19 전개양상과 국제유가 반등 속도가 관건으로 꼽혔다.
14일 한국은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로스타트 등의 데이터를 집계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4월 식료품 물가변동폭은 -0.1%포인트를 기록했다. 미국(3.4%포인트), 독일(2.1%포인트), 스페인(1.9%포인트), 일본(1.4%포인트) 등과 비교하면 식료품 물가가 오히려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면 봉쇄조치가 시행된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식료품·생필품 등을 생산하는 데 차질을 빚었던 데다 이를 비축하려는 수요가 있어 물가상승률 둔화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반면 한국의 경우 생필품가격 상승이 미미한 가운데 고교무상교육 확대,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부정책이 추가적인 물가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봉쇄정도가 -7로 측정돼 미국(-29), 독일(-37), 스페인(-50) 등에 비해 훨씬 봉쇄 수준이 약했다. 봉쇄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각종 생필품 공급이 기존 수준을 유지했고, 사재기도 나타나지 않아 물가가 덜 올랐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 물가에 대해 소비자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서베이 지표를 보면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은 0.9%로 낮은 수준이었다. 반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향후 5년 앞)은 1.8%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물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소비자들도 많았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기대인플레이션 정도를 조사한 결과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이 5.3%로 올해 1월(3.6%)보다 높아졌다.
한은은 앞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대비 0.3%로 지난해(0.4%)보다 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물가가 바닥을 기록하면서 경제 전문가들 중에는 한국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Deflation·지속적 물가 하락으로 인한 장기 침체)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은과 정부 등은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의 소비 수요는 꾸준한 상황이고, 최근 물가하락이 세계적인 국제유가 급락 등의 영향으로 나타난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사라지는 가운데 경기 개선, 복지정책 영향 축소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며 "다만 물가경로 상에는 코로나19 전개양상과 국제유가 추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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