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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의해 질식해 숨진 후 벌어진 시위사태로, 미국내 흑인에 대한 차별은 개선될 여지가 커졌다. 하지만 한국 등 아시아계에는 오히려 인종차별개선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등 부정적 영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종 차별 개선은 반길 일이지만 이로 인해 교육열과 학력이 높은 한인 등 아시아계 주민들이 일정 부분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흑인 우대 현상이 벌어지면 당장 아시아계의 미국내 취업과 대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하원은 소수계 우대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을 부활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에서도 법안이 통과되면 유권자들의 투표를 통해 최종 부활 여부가 확정된다. 현지 여론은 법안 폐지가 유력하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인데다 아시아계 주민이 많아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LA지역의 한 현지 매체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 반대 시위가 이번 법안 처리에 대한 시급성을 인식시켰다고 전했다. 캘리포니아주 하원이 이번 법안을 찬성 60대 반대 11로 통과시켰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내에서 흑인 차별에 대한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이번 법안을 발의 한 셜리 웨버 의원(민주)은 "조지 플로이드 덕분에 내가 인종 차별이 현실이라는 것을 설득하지 않아도 됐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이 부활될 경우 캘리포니아주내 대학입학사정은 물론 고용, 정부 프로젝트 입찰 등 많은 부분에서 인종과 성별, 피부색, 민족과 국적에 따른 배려가 가능해 진다. 특히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있는 흑인들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LA타임스는 12일(현지시간) 사설에서 24년 전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했던 것을 유권자들의 실수로 규정하고 부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타임스는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후 여성과 유색인종이 심각한 차별과 경제적 손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이미 소수민족 우대 정책을 적용,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한인 등 아시아 인종들의 입학을 제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하버드대의 어퍼머티브 액션에 따른 아시아계 홀대 정책에 대한 법원 판결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상황이 캘리포니아주에서도 벌어지게 된 셈이다.
아시아계 주민들, 특히 한국과 중국계 주민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는 입장이다. 소수민족이지만 어퍼머티브 액션이 도입되면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있는 흑인들에 우대가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기업들은 조지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를 계기로 흑인에 대한 채용 우대, 급여 차별 시정 등을 약속했거나 고려하고 있다. 이는 채용시에도 아시아계 주민에게 돌아갈 기회가 적어짐을 의미한다.
2014년에 이어 이번에도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 캘리포니아주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법안 반대 청원을 올린 중국계 미국인인 췬화 랴오는 “일부 인종 집단을 위해 특별 대우를 해 주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표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법안 통과에 불만을 표했다.
한국계인 스티븐 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은 이번 법안 통과를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한 합법화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은 ”피부색이나 인종, 성별, 국적 등이 직위나 직업, 대학 진학을 위한 자격을 좌우해서는 안된다”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선을 앞둔 집권 공화당의 입장은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쪽이었다. 기존 지지층인 백인들도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를 선호하는데다 아시아계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서도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를 무조건 고수하기도 쉽지 않다.
아시아계가 어퍼머티브 액션에 반대할 경우 더 큰 후폭풍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흑인 사회와 한인 사회의 갈등은 부담스럽다. 1992년 LA폭동 당시 한인 상점이 약탈 대상이 됐던 아픈 기억도 남아있다.
물줄기의 흐름이 정해졌다면 발빠른 대비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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