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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이슈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취재파일] '윤미향 면담 기록' 공개 거부…알 권리냐 국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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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향 면담 기록' 비공개 결정한 외교부…"국익 해칠 우려"

외교부가 2015년 일본과 위안부 협상 과정에서 당시 정대협 상임대표였던 윤미향 의원과 면담한 기록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이른바 한변이 지난달 15일 면담 기록을 정보공개 청구한 데 대해 어제(11일) 비공개 결정을 통보한 겁니다. 외교부는 그 사유로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2호를 들었습니다. 해당 조항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비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즉, 외교부가 윤미향 의원과의 면담 기록을 '공개 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라고 판단한 겁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공개 시 국익에 백해무익하다'고 생각해 비공개 처분했다", "공개하는 것 자체가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 현안을 풀려고 노력하는) 현재의 분위기에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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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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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담 기록 '내용'에 쏠리는 눈

그렇다면, 면담 기록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일단, 외교부는 면담 기록의 내용은 물론 형식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면담 기록을 갖고 있는 외교부가 말을 아끼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파편화된 정보로 유추해볼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교부 논리가 '공개 시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수 있는 정보'인 만큼 한일 간 협상 내용과 이에 대한 윤 의원·외교부의 평가 및 반응이 담겼을 거란 게 대체적 관측입니다. 관심은 외교부가 윤미향 의원에게 '합의 내용을 얼마나 설명했는지'에 쏠리는데, 아직까진 관련자들의 얘기가 엇갈립니다.

우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2015년 한일 협정 당시 10억 엔이 일본서 들어오는 걸, 대표(윤미향 의원)만 알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외교부 차관 출신의 미래통합당 조태용 의원도 당시 외교부 담당자가 윤미향 의원과 "위안부 합의 내용을 충분히 논의했다는 내용을 분명히 보고 받았다"고 했습니다.

반면, 면담 주체인 윤미향 의원은 지난달 8일 언론 인터뷰에서 "합의 전날 통보는 받았지만 당일 발표가 통보 받은 내용과 달랐다. 소녀상 문제와 불가역적 해결, 국제사회 비난 자제 등의 내용은 당일 처음 들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일부 내용을 사전에 듣긴 했지만, 정작 중요한 합의사항은 당일에야 알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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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왼쪽)와 윤미향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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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2017년 12월 발표된 '위안부 합의 TF' 위원회의 보고서와도 궤를 같이 합니다. TF 보고서는 "외교부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쪽에 때때로 관련 내용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돈의 액수에 관해서도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당시 외교부가 '피해자 쪽', 즉 윤미향 의원에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과 국제사회 비난·비판 자제 등 한국에 불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건데, 지금의 외교부도 이 'TF 보고서를 참조하라'는 게 기본 입장입니다.

외교부에서는 비공개를 전제로 한 면담 내용이 공개될 경우, 향후 시민사회 단체나 학계 등 민간과의 협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민간과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얘기를 해야 하는데, '비공개 전제 면담' 내용이 공개되면 그 신뢰에 의구심을 갖게 될 수 있다"며 "허심탄회한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17년 12월 오태규 위안부 합의 TF 위원장이 '항상 자료를 열람할 때마다 비밀 보안 서약 쓰고, 그 규정에 따라 열람했다. 자료를 보면서도 실질적으로 복사, 필기, 촬영도 하지 못했다'고 언급한 대목을 거론하며, 위안부 협상 관련 사안이 전반적으로 민감한 이슈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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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담 기록, 비공개 대상 아냐" vs "비공개 가능…국익과 비교 형량해야"

한변 측은 이러한 외교부의 '비공개' 방침을 통보받은 직후 "국민의 헌법상 알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의혹을 증폭시키는 위법한 처분"이라며 "즉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는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국가 간 협의도 아닌 외교부와 시민단체 사이의 면담 내용이 비공개 대상 정보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한변 측은 또 "윤 의원이 당시 위안부 합의 내용을 알고 있었는지, 윤 의원의 의견이 합의에 반영됐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고 했습니다. 면담 기록 공개를 위한 법적 대응을 계속할 것임을 예고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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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헌법학자인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면담 기록을 모르는 상황에서 판단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라는 건, 꼭 국가 간 교섭 내용만 포함되는 게 아니라, 국가와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 대화 정보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 교수는 "면담 기록에 윤 대표와 외교부 간 한일 협상 내용에 대한 반응과 평가가 담겼다면, 그리고 그것이 공개된다면 향후 한일 관계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며 "외교부로선 상당 기간 이를 비공개하는 게 향후 한일 간 협상에서도 국익에 더 이롭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언론기관의 보도의 자유는 당연히 중요하지만, 국가 외교안보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임 교수는 법원의 판단 기준과 관련해 "외교 관계에서의 구체적인 상황 요소들을 고려해가며, 면담 기록 공개 시 '해쳐지는 국익'이 더 큰지, 아니면 공개시 얻어지는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이익'이 더 큰지를 저울질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판단에 있어 절대적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임 교수는 "그 이익을 형량해서 사안별로 판단하는 경향이 짙은 건 국내 법원뿐 아니라 미 연방 대법원도 그렇다"고도 했습니다.

외교부는 향후 법정에서 '공개 시 국익에 중대한 해를 끼칠 수 있는' 면담 기록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부담감과 동시에 '이렇게 된 이상 물러날 수 없다'는 기류도 함께 읽힙니다. 외교부는 앞서 2016년 비공개 결정을 내린 '한일 위안부 합의 문서 공개' 소송 1심에서는 패소하고 2심에서는 승소했는데, 지금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윤미향 의원 면담 기록 공개 여부를 다투는 이번 사안도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장기화될 개연성이 커보입니다.
김혜영 기자(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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