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성 미국담당국장으로 반년만에 복귀
대미협상 '공격수'로 평가…거친 입 주목
북한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 간부들과 여맹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항의 군중집회가 9일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앞에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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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을 향해 남북 관계에 참견하지 말라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11일 경고했다. 최근 북한은 대남 초강경 메시지를 내보내면서도 미국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해왔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북남 관계는 철두철미 우리 민족 내부 문제로서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시비질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미국 정국이 그 어느 때보다 어수선한 때에 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은 하지 않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와 미국 사이에 따로 계산할 것도 적지 않은데 괜히 남조선의 하내비 노릇까지 하다가 남이 당할 화까지 스스로 뒤집어쓸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라"며 "그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당장 코앞에 이른 대통령 선거를 무난히 치르는 데도 유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남북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니 미국이 참견하지 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대미라인 '공격수'로 꼽혔던 권정근이 반년 만에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으로 복귀한 사실이 확인됐다. 권정근의 복귀는 북한의 대미외교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권정근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직함으로 대미·대남 입장을 발표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스톡홀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즈음에는 국장 자리를 조철수에게 넘겨주고 국장급보다 한단계 위에 있는 외무성 순회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권정근이 불과 반년만에 다시 미국담당 국장으로 복귀한 것은, 북한이 어려운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외무성 조직과 대미라인을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기점으로 북한내 손꼽히는 대미통인 리용호 외무상을 해임하고 대남 전문가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후임에 임명하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외무성 내 직제개편을 단행했다. 4월에는 대미협상국을 신설하는가 하면 그간 등장한 적이 없는 외무성 보도실장 명의의 담화를 내놓기도 했다.
한편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서도 대남 비난의 수위를 한층 높여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논설에서 "후에 판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북남(남북) 관계가 총파산된다 해도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응당한 보복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인민의 철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적들이 표면상으로는 마치 아차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 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 있지만 실지에 있어서는 하루 한시도 우리 공화국을 무너뜨리려는 흉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는 분명 북남 관계를 깨뜨리려고 작심하고 덤벼드는 우리에 대한 도전이고 선전포고나 같다"고 주장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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