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청문회에서 "고통 멈추게 해달라"
플로이드 조롱하다 역풍 맞는 이들도
경찰의 무릎에 깔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이 미 의회에 출석해 인종차별의 반복되는 고통과 비극을 멈추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플로이드는 1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원회에 출석해 "나는 지쳤다.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에 지쳤고, 매번 또 다른 흑인이 이유 없이 죽을 때마다 느끼는 고통에 지쳤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인 필로니스 플로이드가 10일(현지시간) 워싱턴 하원 법사위에서 증언하다 눈물을 훔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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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형 조지 플로이드는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9분간 목이 눌려 숨졌다. 그 뒤 미국 전역에서 경찰의 가혹 행위를 규탄하고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는 사건 당시 담뱃값으로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썼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이에 대해 동생 필로니스는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다. 그게 흑인의 목숨값인가, 20달러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형은 저항하지 않았고, 경찰관의 말을 들었다"라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면서 경찰관들을 선생님(sir)이라고 불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청문회는 플로이드 장례식 다음 날 열린 것으로 민주당이 발의한 경찰 개혁 법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민주당은 경찰의 면책특권 제한, 목조르기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이달 중 하원에서 처리한 뒤 상원으로 넘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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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사망 조롱한 이들 속속 역풍
이런 호소에도 한편에선 플로이드 사건을 조롱하다 역풍을 맞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를 두고 코로나 19에 빗대어 ‘플로이드-19’라고 표현한 ‘크로스핏’의 최고경영자(CEO) 그레그 글래스만이 대표적이다. 크로스핏은 여러 운동을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고강도 근력 운동법이다. 전 세계 1만3000곳 체육관과 제휴를 맺고 있다.
10일 미 CNN 등에 따르면 논란이 커지자 그레그 글래스만은 "지역사회에 분열을 일으켰고 회원들에게도 상처를 입혔다"면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직원회의에서 "플로이드 사건을 왜 애도해야 하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은 즉각 역풍을 맞았다. 스포츠 의류 브랜드 리복과 아디다스가 "크로스핏과의 파트너십을 종료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이어 체육관 1000여 곳이 ‘크로스핏’ 브랜드를 떼어 냈다.
조지 플로이드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인 "숨을 쉴 수 없다"는 문구를 별생각 없이 쓴 애니타임 피트니스는 고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사과문을 냈다. 이 업체는 전 세계 50국에 4000여곳의 지점을 두고 있다.
미국의 한 피트니스 체인점에서는 "숨을 쉴 수 없다"는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을 운동 프로그램 홍보 문구로 썼다가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사과문을 냈다.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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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주에서는 백인들이 '목 누르기' 흉내를 내다가 역풍을 맞았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8일 뉴저지주의 글로스터 카운티에서 한 백인이 바닥에 엎드린 채 누운 사람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 모습은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에 그대로 담겨 트위터 등 SNS에 퍼졌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사건을 조롱하며 흉내낸 이들이 역풍을 맞았다. 뉴저지주에서 한 백인이 바닥에 엎드린 사람의 목을 무릎으로 누르는 모습을 연출했다.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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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들은 "플로이드가 (경찰에) 순응했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도 흑인 목숨은 중요하지 않다" 고 말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플로이드 조롱 행위를 한 백인들 중 한 명이 페덱스 직원이라고 보도했다. 페덱스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회사차원의 성명을 발표했다. [트위터] |
플로이드를 조롱하는 퍼포먼스를 벌인 이들 중에는 뉴저지주의 베이사이드 교도소 직원 한 명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교도소 직원은 직무 정지 처분을 받았다. NYT는 "운송업체 페덱스 직원도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해당 직원은 해고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페덱스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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