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제’ 미화했다고···고전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삭제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스틸. 사진 수도영화사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물결의 여파로 미국 고전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 빅터 플레밍 감독)가 HBO 목록에서 삭제됐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동영상 서비스 업체 HBO맥스는 이날 성명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콘텐츠 목록에서 제외하는 이유로 “그 시대의 산물이며 불행히도 미국 사회에서 흔한 인종적 편견의 일부를 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크 케이블과비비안 리가 주연한 영화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남북전쟁을 배경으로 농장주 딸 스칼릿의 인생을 그린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주인공의 대농장 타라는 중요한 무대로 등장하는데 영화가 이곳에서의 흑인 노예들의 삶을 매우 평온하고 행복한 것으로 미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HBO맥스는 이 영화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 “역사적 맥락에 대한 논의와 바로 그 묘사에 대한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 다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 시점이 와도 원작을 손보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는 이런 편견들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HBO맥스는 전했다.

그러면서 HBO맥스는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하고 포용적인 미래를 만들려면 먼저 우리 역사를 인정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에선 백인 경찰의 목누르기로 사망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로 인해 인종 차별에 대한 각성이 높아지면서 영화·연예계에서 문화적 불감증과 인종차별에 대한 반성이 높아졌다.

앞서 경찰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TV프로그램 ‘캅스’ 역시 방영이 취소됐다. 파라마운트네트워크는 지난주 방송 일정에서 이 시리즈를 뺐다. 또한 미국의 드라마·다큐멘터리 채널인 A&E는 경찰의 현장 활동을 다룬 리얼리티쇼 ‘라이브 PD’의 방영을 중단했으며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디스커버리도 경찰을 소재한 프로그램 ‘보디캠’을 편성에서 제외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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