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배드뱅크 첫발 "이달내 펀드이관 마무리"

6월말 법인설립, 8월 정식 출범

투자자 자산회수·보상 등 속도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1조7000억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펀드의 자산회수와 보상 등을 책임질 신설 가교 운용사(배드뱅크) 설립이 첫발을 떼게 됐다. 가교 운용사 설립이 구체화됨에 따라 투자자 자산 회수는 물론 라임운용 및 판매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도 빨라질 전망이다.

10일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20개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공동협약을 맺고 가교 운용사 설립을 위한 추진단을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라임 판매사 공동대응단은 "6월 말까지 주주간 계약을 체결하고 법인 설립, 운용사 등록 및 펀드 이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설립 과정에서 출자 승인, 법인 설립, 운용사 등록 등 과정을 신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과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교 운용사는 앞으로 6년여 동안 라임펀드 투자자산 회수를 위해 운영된다. 다음달 법인 설립을 마치고 금융당국의 전문사모운용사 등록 심사 등을 거쳐 오는 8월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가교 운용사에는 라임운용의 4개 모펀드로 들어간 173개 자펀드 등 거의 모두 자산을 이관해올 계획이다. 이관되는 라임펀드는 모펀드 기준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호, 크레디트인슈런스(CI)펀드 등 총 1조6679억원 규모다. 펀드 운용과 부실 자산 회수 등은 지난 2월 라임에 영입된 문경석 최고운용책임자(CIO)가 맡을 전망이다.

가교 운용사의 초기 자본금은 50억원으로 환매 중단 펀드 판매 규모가 가장 큰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신한금융투자 17.6%ㆍ신한은행 6.4%)가 24% 지분율로 최대주주를 맡는다. 우리은행의 지분율은 두 번째로 높은 20% 수준이다. 최종 출자비중은 추후 진행 예정인 주주간 계약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가교 운용사 참여 판매사 관계자는 "인력 구성은 이번 환매 중단 사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라임 쪽 인력들이 일부 포함될 것"이라며 "참여사들간 주주간 협약 등 관련 논의를 바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교 운용사가 출범하더라도 기존 환매 중단 자산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라임의 자펀드별 손실률이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전액인 자산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도의 배드뱅크가 은행권 부실을 정리했던 것과 다르게 확실한 중심이 없어 자산 처리 등의 방향을 놓고 주주사 간 이견이 커질 수 있는 구조 역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라임운용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라임이 운용상 사기 등에 연루된 점을 고려하면 면허 취소나 영업 정지 등 중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라임 사태 피해자 구제를 위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도 이르면 이달 말 가동된다. 현재 금감원은 운용사와 판매사를 상대로 한 현장 조사를 끝내고 라임 사태 전반에 대한 법률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실상 전액 손실이 발생한 무역금융펀드에 대해서는 투자 원금의 최대 100%까지 돌려주는 조정안이 분쟁조정위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접수된 라임 관련 민원 600여건 가운데 분쟁조정은 대표적 사례를 뽑아 진행된다"며 "손실액이 확정된 무역금융펀드가 첫 대상이고 다른 펀드는 펀드 청산 후 손실이 확정된 후에야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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