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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미국 흑인 사망

플로이드도 양성이었다…코로나가 폭발시킨 '흑인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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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미국 사회 불평등 극적으로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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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근처에서 행진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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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시피주 그린필에 사는 제시카 터커(41)는 세탁공장에서 일한다. 좁고 환기도 잘 안 되는 공장에서 시급 7.5달러를 받고 인근 병원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세탁물을 처리한다. 코로나19 봉쇄령에도 이 공장은 계속 돌아갔다. '필수사업장'이란 이유에서다. 100명가량의 노동자의 대부분은 터커와 같은 흑인이다.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받지 못한 채 일해야 했다. 마스크도 자기 돈으로 사야 했다.

터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계속 일할 수 있어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 몰라서 하는 얘기"라며 "우리도 가족이 있고, 다른 사람들처럼 집에 머물고 싶다" 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이런 열악한 환경, 또는 사람들을 직접 마주 해야 하는 일자리에서 흑인 노동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눈에 띄게 높다. 결과는 높은 코로나19 감염률, 그리고 사망률로 나타났다.

백인 경찰의 무릎에 깔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 역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에서 경찰의 총격을 받아 숨지는 시민은 매년 1천명가량이다. 이 중 23%는 흑인이다. 미국 인구에서 흑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3%. 인구 비율에 비해 경찰의 총에 숨지는 빈도가 월등히 높다.

이전에도 ‘조지 플로이드’는 늘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실제로 2014년에는 40대 흑인 에릭 가너가, 지난 3월에는 흑인 응급의료요원 브레오나 테일러가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대규모로 지속해서 시위가 이어진 적은 극히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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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의사당에서 8분 46초간 한쪽 무릎을 꿇고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펠로시 의장과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경찰 직권 남용과 인종 차별을 막는 내용의 경찰 개혁 법안을 발표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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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폭발력을 이렇게 키웠을까. FT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배경은 코로나19다. 늘 존재했지만 수면 밑에 있던 미국사회의 불평등을 코로나19가 극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보호막'없는 흑인, 코로나로 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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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플로이드의 초상화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의 한 건물에 걸려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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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흑인 코로나19 누적 환자는 백인의 4.5배에 달한다. 사망률은 백인의 2.6배다. 지금까지 코로나19에 사망한 미국 흑인은 2만2000명, 인구비례로만 따지면 1만3000명이 더 숨진 셈이다.

경제적 타격 역시 흑인들에 집중 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흑인의 44%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임금 손실을 경험했다. 식료품 가게에서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쓴 혐의로 체포됐던 조지 플로이드도 그런 실직자 중 한명이었다.

압둘 엘사예드 전 디트로이트 보건위원은 이를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한다. 흑인들이 피부색만으로 공공보건·교육·재정 등 ‘공공정책’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의료보험이 없는 흑인 노동자는 전체의 12.3%에 달한다. 백인 노동자(7.5%)에 비해 훨씬 높은 비중이다. 조셉 교수는 이번 시위가 '플로이드를 위한 정'뿐만 아니라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재구성을 요구하는 성격이 있다고 말한다.



◇기름 부은 트럼프 대통령



타임은 코로나19와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이번 사태의 불쏘시개라면 트럼프로 상징되는 미국 사회의 소통 부재는 기름을 부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향해 쏟아낸 날 선 발언 등이 시위대를 더욱 결집시켰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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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자신의 SNS에 "약탈하면 발포할 것"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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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5월 29일 트위터에 “약탈을 시작하면 총격도 시작된다(when looting starts, the shooting starts)”는 글을 적어 흑인 사회의 트라우마를 건드렸다. 이 문구는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윌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다. 이 발언이 흑인 사회를 자극하자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선동적인 트윗을 할 때가 아니다”며 트럼프를 비판했고, 트럼프도 “(이 발언이) 시위대를 향한 위협이 아니었다”며 말을 주워 담았다.

트럼프는 이 외에도 “법과 질서의 대통령”이라는 1968년 소요사태 당시 리처드 닉슨 공화당 후보의 슬로건을 인용하며 연방군 투입 의지까지 내비쳤다. 낸시 이센버그 루이지애나 주립대 역사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자극하는 발언을 통해 일부 폭력시위를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위를 타도해야 할 일탈 행위로 간주해서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일이 아니라더라도 언젠가는 일어났을 사태라는 분석도 있었다. 트럼프의 ‘반이민정책’ 등에 인종 간의 갈등은 이미 한계 수위에 도달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퓨 리서치 센터의 지난해 4월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2 정도가 트럼프 임기 동안 인종차별에 대한 표현이 미국 사회에 더 잦아졌다고 느꼈다. 미국에서 14년째 거주하고 있는 정한나(22)씨는 "트럼프 대통령 이후 인종차별이 더 심해진 거 같다"며 "대통령부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니까 나도 괜찮겠지 하며 숨겨져 있던 인종차별적 생각이 표출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혐오 범죄는 4571건으로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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