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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최소한의 울타리 만들어 달라”…광주 발달장애인 부모들, 青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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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달장애 가족 극단적 선택에 대책마련 촉구

뉴스1

50대 여성과 장애 아들...차에서 극단적 선택 관련 국민청원.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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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전원 기자 = 최근 발달장애 청년과 어머니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광주지역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자신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함께 국가 차원의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발달장애인 청년과 그 엄마의 죽음에 대해 대통령님 응답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제목으로 광주 발달장애인 부모들 일동 명의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발달장애인을 자녀로 둔 부모들이다.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우리들의 삶을 들려드리기 위해서다"며 "이런 글들이 대통령님을 포함해 여러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지만 우리 또한 국민의 한 사람이기에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발달장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6년 광주에서 한 아기가 축복 속에 태어났다. 하지만 이런 축복과 행복도 잠시 자녀가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12년 특수교육을 마치고 청년이 돼 사회로 나오게 됐다.

부모 일동은 "아이가 청년이 돼 사회로 나오게 되면서 어머니의 전쟁은 시작된다. 발달장애 청년에 대한 지원은 온전히 어머니의 몫이기 때문이다"며 "이러한 과정에서 어머니는 심한 우울증을 겪게 되지만 이것에 대해 토로하고 치료하는 것마저 사치인 삶으로 바뀐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여자로서의 삶보다는 이곳저곳 발달장애 청년을 지원해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이제껏 지원해주던 곳이 일제히 문을 닫았고, 발달장애 청년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청년이 된 자녀는 집안의 세상이 좁다고 소리와 몸짓을 통해 외치면서 결국 어머니와 자녀 모두의 삶이 망가질 지경에 처하게 됐다.

부모 일동은 "많지 않은 인프라지만 그마저도 코로나19 사태가 삼켜버렸다"며 "결국 어머니는 해결책이 안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유일한 선택지인 정신병원에 끊임없이 밀려드는 죄책감을 뒤로하고 자신의 소중한 분신을 입원시킨다"고 말했다.

발달장애는 병이 아니기에 병원에서 자녀는 맞춤형 지원을 받지 못했고, 병원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하면서 몸무게가 10㎏ 이상 줄어들었다.

아이없는 하루하루가 결코 편하지 않았던 어머니는 도저히 그곳에 자녀를 둘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왔다. 결국 지난 3일 새벽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부모 일동은 "대통령님, 이러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삶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요"라고 질문하면서 "저희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한번쯤 했었기에 이 소식을 듣고 울고 또 울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상 사람들은 어느 미친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느냐고 그게 정상적인 사람이냐고 말하겠지만 그런 상상을 수시로 하고 있는 것이 저희들이다"며 "저희는 이런 현실이 너무나 두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의 손으로 담낭암 말기로 세상을 떠난 동료의 아이들을 정신병원을 전전시키다 시설로 보내기도 했었다"며 "우리는 미라처럼 말라가는 동료를 보면서, 그 몸이 가루가 돼가는 고통 속에서도 정신 줄을 붙잡아가며 자녀의 머물 곳을 마련하려고 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동료를 보면서 저희가 무슨 생각을 했었겠는지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그 동료는 자녀의 머물곳이 마련됐다는 소식을 듣고 세상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내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의 울타리에서 내쳐져 거리에서 방황해야 하는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어째야 하는지요"라며 "졸업 이후 갈 곳이 없어 변변한 서비스조차 받지 못하고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보호시스템 속에서도 중증이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쌍한 아이를 불의의 사고로 하늘나라에 보내면서 '엄마가 불쌍해서 제 엄마한테 효도하려고 간 것'이라고 서로 부둥켜 안고 펑풍 울면서 서로 위로하는 이 현실을 맨 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저희는 어찌해야 하는지요"라고 반문했다.

부모 일동은 "20만 발달장애인의 삶을 위해 대통령님에게 혹은 국가에게 내 자녀의 삶을 온전히 책임지라고 요구한 것은 아닙니다"며 "발달장애라는 것이 병이 아니기에 약을 먹고, 병원 치료해서 낫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대통령님께서 페이스북에 언급하셨다시피 발달장애인 부모는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 소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7년부터 약 10년의 세월을 거쳐 발달장애인법이 만들어졌다"며 "저희는 늙어가고 있는데 아이들의 힘은 점점 세어지고 좁은 집안의 세상은 답답하다고 몸부림 치고 있다. 이에 우리 자녀들이 동네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소한의 울타리를 만들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중증 발달장애인들을 위해 주간활동 1대 1 지원을 부활시켜줄 것과 하루 낮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시간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중증의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고, 일상적 발달장애인 가정의 육체적, 정서적 쉼을 위한 지역별 발달장애인 주거체험센터를 설립해 줄 것과 장애인가족을 위한 장애인가족지원체계 구축,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지원체계 마련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국민청원에는 현재 8319명이 동의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주지부 관계자는 "슬픈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다"며 "이들의 어려움을 알고,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국민청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jun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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