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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런 상품 만들고 회식비도 주세요"… 삼성생명도 눈치보는 '보험대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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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법인대리점(GA)이 보험업계의 ‘공룡’으로 커가고 있다. 지난해 수수료 수입이 역대 처음으로 7조원을 넘긴 것에 더해, 일부 GA는 보험사에 직접 보험을 만들어달라고 발주까지 한다. 경쟁사가 보험 상품을 팔지 못하게 보험사에 눈치를 주는 GA도 있다.

최근 보험업계 화두 중 하나는 보험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이 연계한 ‘오더메이드 보험’이다. KDB생명은 최근 대형 GA인 인카금융서비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인카Wide건강종신보험’을 선보였다. WI보험은 기존의 CI(Critical Illness) 보험, GI(General Illness) 보험의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까다로운 보장과 질병 중기·말기 진단에 대해 전문의 소견이 필요했던 부분을 개선해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CD) 진단만으로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선비즈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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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업계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WI보험의 개념인데, 일반적으로 GI보험은 발병률이 낮은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만 보장해 한계가 있었다. 암도 남녀생식기암 등 특정암만 분리해 보장액이 적거나, 전이가 높은 갑상선암 등 소액암은 일반암의 20% 수준으로 보장받았다. 반면 WI보험의 암진단비는 유방암, 남녀생식기암, 소액암을 포함해 100% 지급한다.

그간 보험사가 발주해 만든 오더메이드 보험은 계속 있어왔지만, WI보험처럼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드문 터라 업계에선 "이제 GA의 보험 제작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보험 상품 제작에까지 GA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GA의 커지는 영향력에 보험사의 ‘GA 눈치보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GA 우수 직원들의 해외여행을 보험사가 대신 보내주거나 회식비, 사무실 임대료까지 보험사에게 받아가기도 한다. 최근엔 대형 보험사가 GA 눈치를 보고 다른 GA 선정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최근 신생 GA 노블에셋은 국내 3위권 대형 GA인 글로벌금융판매 지점 대표 김모씨를 업무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김 대표측이 삼성생명(032830)에 노블에셋과의 계약파기를 요구하면서 기존 유치 계약이 전면 보류됐고, 향후 영업활동에까지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었다.

지난 2월 설립된 노블에셋은 삼성생명으로부터 "‘먹튀 GA’라는 제보를 받았다"며 대리점 계약이 보류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 제보는 글로벌금융판매 소속 대형 대리점 대표에게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심화되자 현재 삼성생명은 양측의 대리점 계약을 모두 보류해놓은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자사의 상품을 팔아주는 GA의 눈치를 알아서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GA의 영향력이 세지자 보험업계에선 GA의 책임과 자정작용을 높이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정세창 홍익대 상경학부 교수와 함께 보험판매전문회사 도입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GA가 판매전문회사가 되면 불완전판매비율이나 보험계약 유지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소비자보호 의무를 지게 된다. 정 교수는 "GA에 적절한 권한을 주고 거기에 맞는 책임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GA를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GA의 시장질서 문란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을 예고하고 있다. GA의 보험 안내자료와 영업·교육자료의 적정성을 모니터링하고 내부통제 체계가 미흡한 GA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GA가 수수료 수입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특별이익제공 등에 대해 상시감시를 강화하고 이상징후가 포착되는 회사에 대해선 현장검사를 통해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빈 기자(seetheunsee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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