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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전문기자 칼럼]치명상 많은 농기계 사고...산재보험 도입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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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농촌이 고령화하고 있다. 한국 전체의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4.9%지만 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은 46.6%를 차지한다. 농림어업조사자료에 따르면 농가 경영주 평균연령은 무려 66.3세로 70세 이상이 39.4%, 60대 31.7%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농촌은 농번기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올해는 예년보다 심각하다. 농촌 노동력의 공백을 채워주던 해외 노동력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감소했기 때문이다.

만성 일손 부족에 빠진 농촌 노동력은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손으로 하는 모내기는 이제 전국 어느 농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앙기가 대신한다.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나 손으로 하는 모내기를 볼 수 있다. 다른 농사도 마찬가지다. 모든 농사에서 빠지지 않는 김매고, 약치고, 수확하는 일은 이제 대부분이 기계의 몫이다.

기계 덕분에 작업량과 속도는 사람이 직접 할 때보다 혁신적으로 향상됐다. 앞으로 고령화하는 한국 농촌이 결국 택할 수밖에 없는 방향이기도 하다.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 일은 효율성 측면에서 향상됐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다가 사고가 나면 사람이 손으로 할 때보다 훨씬 치명적인 인명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나이가 들면 운동능력과 근력이 떨어지는데, 농촌에는 고령인구가 많아 이들이 기계로 일을 하다가 대형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잊을만하면 농기계가 전복돼 사망하거나 기계를 잘못 다뤄 크게 다쳤다는 사고가 터진다. 사고 피해자의 대다수는 고령의 노인들이다. 기자 주변에서도 이런 사고가 터졌다. 나이 70이 다 된, 고향 이웃집 아저씨가 관리기로 밭고랑을 만들다 기계를 잘못 다뤄 다리를 크게 다쳤고, 결국 한 쪽 다리를 절단했다.

그 아저씨는 한동안 누워만 있었다. 지금도 농사일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동안 농사를 지어 모아둔 돈으로 치료비와 생활비로 사용한다고 했다. 자신의 농사일을 하다 다친 경우라 보상을 받을 길도 없다. 그는 "자영업을 하는 장성한 자식들이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아 자식들도 어려울 것이 뻔한데 손을 벌릴 염치가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극단적인 것 같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사례다.

이런 이유로 농업계에서 농작업 재해를 산재보험 수준으로 보상해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구해 왔다. 산재보험은 1964년 도입된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보험이다. 보험에 가입한 근로자의 사고 치료비는 물론 장애급여·유족급여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농민은 예외다. 독립 경영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농민이 장기 치료·요양이 필요한 사고를 당하면 결국 가구원 전체가 생활고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선거 때마다 농촌 산재보험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2000년 이후 치러진 4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도 주요 후보들이 산재보험 가입을 농정공약으로 제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기존 판매되던 ‘농업인 안전보험’의 보장 수준을 조금 높였을 뿐, 약속을 지킨 당선인은 없다.

보험업계와 농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농민 산재보험을 전면 도입하기 어렵다면 재정이나 농가 부담을 감안해 우선 ‘임의가입’을 방식으로 농민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방법을 제안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의무가입으로 바꿔 사회보험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농어민 가입이 가능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도 이 과정을 겪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번 정부가 역대 정부 중 젊은 농부 육성에 가장 적극적인 것 같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젊은이가 농업을 직업으로 선택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산업에서 기본인 산재보험 가입쯤은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지환 농업전문기자(daeba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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