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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생활 속 거리 두기’ 한 달, 수도권 뚫리면 허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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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사회적(물리적) 거리 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한 지 6일로 꼭 한 달이 됐다.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시민들은 일상을 되찾았어야 한다. 학생들은 모두 교실로 돌아갔어야 한다. 그러나 시민과 학생의 일상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마스크 없이는 시내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 없다. 많은 학생이 순차 등교했지만 중2, 초5~6년생은 다음주에 비로소 등교수업에 동참한다. 이미 등교한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불안하기만 하다. 지역사회 감염으로 개학이 미뤄진 학교는 500곳이 넘는다. 한 달이 지났지만 ‘생활 속 거리 두기’는 정착하지 못한 것이다.

인구 절반이 몰려있는 수도권은 여전히 코로나19 비상상태다. 지난달 7일 이태원 클럽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 달 동안 관련 확진자가 300명 가까이 나왔다.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120명을 넘어섰고, 수도권 개척교회 관련 집단감염 사례는 60여건이나 된다. 지난 4일 집단감염이 보고된 서울 관악구의 방문판매업체에서는 이틀 새 1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땅속 두더지가 고개를 내밀 듯 소규모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확산세를 막지 못하면 다시 ‘물리적 거리 두기’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생활 속 거리 두기’ 이후 코로나19 양상은 집단감염과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가 많은 게 특징이다. 최근 2주간의 신규 확진자 526명 가운데 집단감염은 73.2%, 깜깜이 환자는 9.7%나 됐다. 확진자 1명이 퍼뜨리는 감염자 수를 나타내는 재생산지수는 지난 4월의 0.5~0.67에서 최근에는 1.2~1.89로 높아졌다. 지난 한 달 수도권 확진자의 절반은 확진자 접촉을 통한 ‘n차 감염’으로, 이 가운데 7차 감염자도 들어있다. 이 지표대로라면 코로나19 감염이 더 빠르게 확산될 것은 자명하다.

현재 수도권 일일 신규 확진자는 30명대 수준이다. 수도권의 집단감염은 종교 소모임, PC방, 학원, 사업장 등 다양한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확산세가 계속되면 ‘2차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 정부는 수도권 확산 차단을 위해 공공시설 운영 중단, 주점·학원·PC방 등 운영자제 권고 조치를 내렸다. 그러나 행정조치가 만능은 아니다. 최선의 방역은 시민의 각성과 방역수칙 준수이다. 수도권이 뚫리면 대한민국이 뚫린다는 각오로 거리 두기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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